*알립니다. 1: 겐론 카오스 라운지는, 2020년 7월 24일 아래의 링크를 통해 쿠로세 요헤이의 파워 하라스먼트(직장 내 괴롭힘) 가해 사건에 대한 안내를 공지하였습니다. 쿠로세 요헤이는 트위터의 공식 계정을 통해 가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본문을 읽기 전, 겐론 카오스 라운지의 공지를 체크하시길 권장합니다. 

링크: 자사 대표 사원에 의한 파워 해러스먼트에 대해 – 2020년 7월 24일 – 3:51 PM

*알립니다. 2: 피해자인 안자이 아야노(安西彩乃)의 공식 성명이 2020년 8월 1일 트위터에 올라왔습니다. 안자이 아야노는 구체적인 가해자로 쿠로세 요헤이에 더불어 고마쓰 쇼헤이(小松尚平), 후지시로 우소(藤城嘘)를 실명 고발, 나아가 카오스 라운지의 불만스러운 대응에 대해 명시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읽기 위해 이 페이지에 오신 경우, 비록 2018년의 대화 내용이나, 본 대화의 상대방인 쿠로세 요헤이와 관련한 상황을 먼저 인지하고 읽기를 권장합니다. 

링크: 쿠로세 요헤이와 합동회사 카오스라의 해러스먼트에 대해서 – 2020년 8월 1일 -8:56 PM


피아☆방과후의 두 번째 대화는 «현대미술 암시장(現代美術ヤミ市)»과 «굿-즈»입니다. 2018년 12월에 나눈 대화가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었는데, 꼭 맞는 시기는 아니지만 기록를 남긴다는 의미에서 업로드합니다.

2018년 여름에 만난 콘노 유키는 ‘도쿄에서 «굿-즈» 같은 것이 열리는 것 같다’는 정보를 흘렸고, 이에 이수경, 강정석, 콘노 유키, 김정태가 도쿄 케이힌지마의 아트 팩토리 BUCKLE KÔBÔ에서 양일간 열린 «현대미술 암시장(現代美術ヤミ市)»에 다녀왔습니다.

행사 «현대미술 암시장(現代美術ヤミ市)»이 열린 2018년 7월 21~22일은 동아시아가 유례 없는 폭염을 맞이한 때입니다. 도쿄소방청은 7월 21일 하루 동안 무려 3,125회의 구급차 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냉방기구 없는 행사장에 상당한 관객이 모여 활기찬 축제가 되었습니다. 20여 팀/개인이 참가한 행사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펼쳐졌고, 부스의 형태나 작품, 책, 굿즈 등의 판매 방식이 각각 달랐기 때문에 관객과 제작자가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열거하자면,

단순히 작품과 도록을 팔기도 했고 / 게임과 OST가 있었고(게임 ‘마니유기 TOKOYO’) / 컬렉터가 발간한 책도 있었고(이이지마 모토하루) / 비평 동인지를 팔고 있거나(아규먼츠) / 뽑기를 통해 드로잉과 조각 등을 팔고 심지어 건물 밖 주변을 확성기를 장착한 미니 밴으로 돌며 작품을 거래하기도 했습니다(중앙본선화랑).

행사 «굿-즈»를 경험한 저희에겐 이 풍경은 유사하면서도 다른,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행사의 모양과 분위기는 저희에겐 무척 익숙했고,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작품 등의 가격도 유사했으나, 서울의 미술계가 아니기에 이런저런 상상이 끊이지 않습니다. 양일간 많은 사람과 에너지가 모였다가 흩어진 후, 어떤 움직임들이 이어질지 막연히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 행사의 기획자 쿠로세 요헤이와 나눈 대화는 그런 움직임 중 하나입니다.

아래는 2018년 12월 12일 행사의 기획자이자 비평가 쿠로세 요헤이(黒瀬陽平)와 피아★방과후의 운영자들이 나눈 대화입니다. 대화는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이후 편집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일시: 2018. 12. 12, 오후 8시
장소: 화상채팅
편집: 이수경, 강정석
통·번역, 부분 편집 및 감수: 콘노 유키(Yuki Konno)

강정석·이수경
피아☆방과후 공동 운영자. 둘 다 서울을 거점으로 작가 활동 중. 2019년부터 성산동에서 공동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열렸던 행사 «굿-즈»의 공동 기획팀 일원으로 일했다.

쿠로세 요헤이 (Kurose Yohei)
1983년생. 미술가, 미술비평가. 겐론 카오스*라운지 신예술학교 주임강사. 2010년부터 우메자와 카즈키, 후지시로 우소 포함 셋이 미술가 그룹 ‘카오스*라운지’를 결성해 전시나 이벤트 큐레이팅을 담당하고 있다. «파멸*라운지»(2010년), «카오스*엑자일» (F/T11주최 작품, 2011년), «캬라크러쉬!»(2014년), «카오스*라운지 신예술제 2017 ‘시내극 백오십 년의 고독’»(2017년) 등을 기획. 저작으로는 「정보사회의 정념(NHK출판, 2013년)」이 있다.


 

«현대미술 암시장(現代美術ヤミ市)»(2018~)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고, 한편으로는 서울에서 열린 «굿-즈»와 비교해 대화하면 재밌겠다 싶어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이런 행사를 만들게 되는 동기와 거기에 있는 다양한 참여자가 이 행사를 어떻게 느꼈을지···이런 이야기들을 좀 하려고 해요. 우선은 행사를 만들게 된 계기가 뭘까요?

쿠로세: 첫째로는 뭐···일본에 현대미술 시장이 없다는 부분에 대해, 카오스*라운지로서 나름 비판적으로 실천해보고자 ‘현대미술 암시장’을 구상했습니다. 일본에 현대미술 시장이 없는 이유는 일부터 시작해 만들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트페어나 갤러리 등이 없는 게 아니라 시장이 작동이 안 된다는 이야기로 이해하면 되겠죠?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게 어떤 의미에서?

쿠로세: 네. 이런 부분에 대해 가장 선구적이었던 사람은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인데요, 도쿄 빅 사이트에서 열었던 무라카미 다카시의 페스티벌(‘게이사이’)은 일본 젊은 작가를 픽업할 수 있는 현대미술 시장을 만들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는 서구 마켓과 같은 작동 논리만 ‘수입’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구마켓의 방식을 중시해서 일본으로 수입하는 것과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르지 않을까. 저는 ‘수입’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일을 염두에 두었어요. 동시에, 저는 예전부터 미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그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미술시장 관계자는 미술 교육에 실패했다···.

시장 종사자라는 건 아트 딜러나 갤러리스트?

쿠로세: 갤러리스트도 그렇고, 미술학교 강사도 안 했을 것이고···마켓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공간에 구매자와 거래자가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현대미술을 구매하는 일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아트페어를 가면, 왜 이 작품이 이 정도 가치가 있는지, 아무도 명확히 알려주지 않고, 교육과 마켓을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가 일본에서 현대미술 시장을 형성하려는 시도는 넓게 보면 교육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창작자 그리고 구매자가 어떻게 작품을 판매하고 유통하는지, 그 부분에 대한 교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치가 한없이 0에 가까운 작품이 있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그 가치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 가는지에 대한 교육적 목표가 있었습니다.

동감할 수 있는 부분이네요. «현대미술 암시장»이 열린 아트 팩토리 BUCKLE KÔBÔ가 위치한 도쿄 케이힌지마는 매립지에 만든 인공섬이자 작은 제조업 공장 밀집 지대인데요. 장소 선정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BUCKLE KÔBÔ 자체도 철공소를 개조한 공간이라 재밌었습니다.

쿠로세: 회장은 여럿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도시 중심부에서 하긴 어려웠었고, 가능한 조건 내에서 공간을 찾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대 활동하는 스트릿 아티스트 중에 사이드 코어(SIDE CORE)라는 아트 콜렉티브1가 있습니다. 그들이 BUCKLE KÔBÔ 운영에 참여하고 있고, 그래서 그 공간에서 개최하면 어떨까 싶어 만나러 갔어요. 만나 보니, 사이드 코어 또한 우리의 문제의식에 대해 공유하고 있었고, 덕분에 그 공간에서 개최하기로 되었습니다.

행사 소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쓰레기’라는 표현이에요. 예를 들면 “이런 쓰레기가 왜 예술인가”, “쓰레기로 돈을 버는 사기”, “먼저 한없이 쓰레기에 가까운 재료가 있다. 현대 미술은 거기서부터 시작.” 같은 말. 일전에 말씀드렸듯 서울에서도 역시 인터넷 야시장 형식의 행사는 있었어요. 다만 «현대미술 암시장»과 쓰레기라는 표현을 볼 때 저희에게 떠오른 건 행사 «굿-즈»(2015)입니다. 그 행사가 만들어지게 된 주 배경 중 하나는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들이 전시가 끝난 후, 작품을 자꾸 버리기 때문이에요. 안 팔릴 게 확실하고(=시장이 작동하지 않고), 심지어 주거비가 비싸기 때문에 작품을 저장하기 어려워 버리는 게 점점 일반화가 되는 상황. 퍼포먼스와 비디오 같은 매체는 더욱 어렵고요. 몇년 전 한 동료 조각가에게 작업실이 어디냐 물어봤더니 스타벅스라고 답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어요. 쓰레기라는 표현은 복합적인 의미이겠지만 저희가 활동해온 지역의 리얼리티에서 보자면, 작품을 타는 쓰레기 혹은 불연성 쓰레기, 또는 재활용 쓰레기로 바라보는 자조적 시선에 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굿-즈»의 참여 작가 중 김경규x김현주 팀은 먼지를 솜사탕처럼 모아서 판매하기도 했어요.2

쿠로세: 카오스*라운지에서 활동하는 작가 대부분이 쓰레기처럼 보이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 카오스*라운지 작가들은 미대 졸업생이 적은 편이고, 서브컬쳐에 가까운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급 미술 재료보다 저렴한, 예를 들어 캔버스보다는 종이나 박스에, 혹은 데이터를 가지고 작업합니다. 광고물을 오려 내고 (재빠르게) 서브컬쳐에 반응하면서 소재를 다루기도 합니다. 비평가로서 저는 작가들이 저렴한 소재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 쓰레기가 작품이 되는 순간을 목격해왔고, 결론적으로 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이런 질문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대와 미대 바깥이라는 게 소재로 반영되는군요. 비슷하고도 다르네요. 저희가 소개 글에서 특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국제전도 있고 아트페어도 있고, 최신 트렌드도 거의 시차 없이 소개된다. 그러나 쓰레기였던 것이 현대 미술로 바뀌는 그 순간에 우리는 아직 입회하지 못했다.”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굿-즈»는 현대미술이라고 하면 거창한 거 같지만, 실은 팔리지도 않기 때문에 동인 활동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왔기에 열린 행사입니다. 동인 활동이 되었다면 역으로 동인 페스티벌의 형태를 이용해서, 창작자와 구매자, 관객이 직접 얽히는 시간을 만드는 거죠. ‘굿-즈’라는 이름에는 그런 상황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작품이 아니라 굿-즈이고, 굿즈가 아닌 작품인 중간지대에서의 시도를 했다고 생각해요. 이때 ‘현대미술 암시장’ 또한 암시장이지만 현대미술인 것에서 유사한 감각을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자조적인 느낌도 들지만 행사를 만들어가는 각 주체가 서로 리얼리티를 공유하며 강화되는 느낌이 있어요. 다만 «굿-즈» 기획팀은 문제의 스케일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사회/경제 전반이 이런 상황을 강화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굿-즈»에는 외형이 초라한, 소위 아트페어 답지 않은 작품도 많지만 이를 미대와 미대 바깥같은, 혹은 주류와 비주류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쿠로세: 현대미술이 쓰레기라는 관점을 공유하는 사람은 적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사고방식이 꼭 소수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제 생각엔 한국 동시대 작가들보다 일본의 젊은 작가들은 사회적인 색깔이 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일본미술은 탈-사회적인 경향이 더 센 것 같습니다.

쓰레기라는 표현에서 배경이 되는 일본 미술계와 일본 사회의 조건을 이해하고 싶어 이런 식으로 말씀드리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카오스*라운지나 사이드 코어 활동과 일반적 일본 미술계의 대비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일본 사회의 주거 문제라던지 다양한 조건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생각이 들어서요. 경제적으로 성장이 너무 어려우니까. 저희는 이런 상황이 일종의 동아시아적 상황인 걸까 상상도 해보긴 했습니다. 여하튼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는 것이 반갑고 기쁜 마음이에요. 출품작들이 사회/정치적 작업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아닌 거 같고요.

쿠로세: 우리를 둘러싼 경제적인 성장의 한계를 그렇게 느끼는 건 이해가 됩니다. 다만 절망감에 시달린다기보다는, 마땅한 사람들에게 미술이라는 것이 전달이 안 된 것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행사 참여 작가 라인업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개인 작가도, 전시 공간 겸 미술 교육을 같이 하는 곳도 있고, 콜렉터도 있습니다.

쿠로세: 저랑 공간을 빌려준 큐레이터랑 같이 이야기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제가 운영을 하는 카오스*라운지 신예술학교(新芸術校) 현역이나 졸업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현대미술 암시장»을 만드는 요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예술학교 출신의 작가를 모았고요, 사이드 코어의 스트릿 아트 활동은 저희의 오타쿠 서브컬쳐 문화를 통한 작업과는 또 다른 방식이라, 거기서 판매, 유통이 안 되는 사람들이 라인업을 같이 짰습니다. 아는 작가 중에 유럽이나 뉴욕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작품도 팔고 활동을 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와 철학이나 비평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뉴욕 같은 데서는 무척 바쁘고 제작과 파티, 그러니까 사교장으로써의 활동이 크다고 들었어요.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은···그건 좀 아니고, 금액에서 0이 하나 빠지더라도, 뭔가 좀 더 재미있고 사상이나 철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가 부스에 관련해서는 어떤 지침이 있었나요? 가령, 어떤 부스는 아트페어 부스처럼 꾸려진 데도 있었고요. 전혀 다른 스타일도 있었죠. 가이드라인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혹은 부스에 대한 기획을 작가와 미팅을 해서 하나하나 만들어 갔나요? 행사장의 다양함이 만들어지는 방식이 궁금했습니다.

쿠로세: 가이드라인을 전달 드렸고 지금 컴퓨터로 확인하고 있어요···출품자에게 전달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아트페어처럼 벽을 세우고 전시하는 건 금지라고 적혀 있네요.

그런데도 그런 방식을 사용한 이도 하나 있긴 있었네요.

쿠로세: 원래 있던 벽을 사용한 작가에 한해서만 그랬습니다.

«굿-즈»는 일회로 끝나는 행사였어요. 일종의 선언 같은 것이기도 하고. 반면 «현대미술 암시장»은 계속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이 모델로 실질적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일까요?

쿠로세: 네.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코미케, 동인 시장은 그게 단순히 굿즈이고 저렴해서가 아니라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기에 있기에 작동합니다. 저희가 생각해 본 바로는 현대미술을 아는 사람이 «현대미술 암시장»에서 구매를 하고 그를 통해 가치를 보여준다고 봅니다.

코미케와 «현대미술 암시장»의 관객이 겹치는 부분도 있겠다 싶은데요.

쿠로세: 저도 말하기 모호한 부분입니다. 카오스*라운지 이후에 어느 정도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코미케 구매층과 오타쿠 서브컬쳐란 속성이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전의 오타쿠는 현대미술을 싫어했고···예를 들어, 무라카미 다카시와 오타쿠 집단의 반목 같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반면 00년대 이후에는 그런 대립이 조금 사라지는 부분입니다.

«굿-즈», «현대미술 암시장» 혹은 동인 시장의 즐거움은 창작자와 구매자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굿-즈» 참여 작가는 관객에게 작업 프리젠테이션을 하루에 천 번을 했던 거죠. 흔치 않은 특이한 상황이죠. 관객 혹은 콜렉터와 이렇게 만나는 자리가 많지 않아요. 이 상황에서 기획자의 예상대로 작동한 것과 예상 못 했는데 좋았던 것, 나빴던 것 너머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쿠로세: 우선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갤러리나 딜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꼭 해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있습니다. 큐레이터는 전시를 책임질 필요가 있고 작가는 자기 스스로 작품에 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딜러나 갤러리에 전부 맡기다가 작품이 어떻게 소비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예술가와 관객이 실제로 만나 이게 무슨 작품인지, 어떻게 작품으로 성립하는지 이야기를 해야 했고, 이런 부분을 작가들에게 사전에 부탁했습니다. 관객과 구매자, 작가 간에 직접적으로 대화가 오가고 실제로 만나는 것에 부정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봅니다. 다만 부정적인 반응은 있었습니다. 비판적인 리뷰가 있었죠. 대부분의 리뷰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비슷한 작품들만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왔어요. 현대미술 마켓을 만들겠다는 부분에 대한 비평은 거의 언급이 없었고요.

저희가 있는 곳 또한 시장이 작동 안 되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작동하는 행사를 만들려고 했어요. «굿-즈»는 꽤 성공적으로 작동했지만, 한편에선 쿠로세씨가 말한 것과 유사한 비판도 꽤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존 시장의 화랑 쪽 관계자가 시장 질서를 저해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거나, 대안공간 세대의 운영자가 행사 현장의 알바생에게 기획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하는 등의 일이 있었어요. 한국미술을 망치고 있다는 거죠. 기존 마켓의 가격대를 흐릴 것이다, 아트딜러가 끼지 않고 판매하기 때문에 기존 직군들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많은 관객이 현대미술을 진짜로 이해하기는커녕 퀄리티 떨어지는 저급 현대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 질 거라며 질색했고요.

쿠로세: 저희도 유사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다 마코토(会田誠) 작가에게 참여를 요청했고, 작가가 OK를 해주셨어요. 그런데 소속 갤러리에서 반대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쓴 서문을 읽고 화를 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되면 저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 긴장감은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누군가 갤러리가 하는 주장에 찬성한다면 그 사람은 그쪽으로 가게 되고, 반대로 저희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면 이쪽으로 와서 고객이 되겠죠. 자기 이념에 충실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세대 차이 일까요?

쿠로세: 세대 차이도 그렇지만 시장에 대한 사고방식, 그리고 현대미술에 대한 사고방식 차이인 것 같습니다.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컨셉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저는 전력을 다해 대응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비평가로서 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카오스*라운지 고탄다 아틀리에의 전시나 외부 전시를 봤을 때, 저희는 좀 좋은 의미로 놀랐는데요. 작가들이 앞서 말씀하셨듯 저렴한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 혹은 부서지기 쉬운 재료로 만든 작품 등을 펼쳐둔 장면이···서울과 다르면서도 비슷했거든요. 미대 바깥이나 주류 미술을 의식한 결과는 아닙니다. 서울은 대부분 대졸자가 많은 씬이기도 하고요. 다만 어떠한 경위를 거쳐 비슷한 미감의 결과물이 탄생했고 긍정되었다는 점이 저희에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작품의 마감이 좋지 않다는 식의 단순한 비판이라면 이곳에도 만연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힘들더라도 맞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비슷한 장면을 다른 도시에서 마주칠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쿠로세: 그래서 «굿-즈»란 기획과 저희가 하는 것은 정말 공감대가 있는 것 같은데요. 테스트 케이스처럼 서로 만들어간달까요. 서구의 이식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따라서 «굿-즈» 같은 시도가 있었다는 것도 일본의 사람들에게 좀 더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인정하는 순간이기도 했고, 그걸 극복하려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론 정보 교환을 하는 자리이기도 했고, 동료를 늘리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방명록에 이름만 남기거나, 사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던 사람과 대화를 하는 순간이라던가. 이런 일련의 에너지. 쿠로세 님 표현처럼 쓰레기가 현대미술이 되는 장면을 목격하는 공범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랄까.

쿠로세: 공범 관계란 아무래도 서로 관계를 깊이 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이 일을 한다거나 어떤 형식으로든 다른 일을 같이 하게 되었다거나,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었다거나, 장기적으로 신예술학교나 다른 기획과 관련해서도 서로 소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음, 확실히 학교가 있으니까 그런 게 되는군요. 다음 회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이 있나요? 장소가 바뀐다거나, 참여자는 유지되는지 바뀌게 되는지?

쿠로세: 이번에 여름에 해가지고… 너무나 더워서 다음은 서늘한 시기에 하고 싶습니다. (웃음)

그때의 더위는 정말로···

쿠로세: 사실 겨울에 하고 싶은 이유도 제대로 있어요.. 윌리엄 깁슨 SF 소설 중에 겨울 마켓(The Winter Market)이라는 단편이 있는데,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쓰레기에서 사람들의 꿈을 재생하는 SF소설인데 제가 예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암시장을 기본적인 컨셉으로 하면서 새로운 모티프나 주제를 조금씩 더 찾아내고 확장시키고 싶습니다.

테마가 있다는 점이 좋네요. «현대미술 암시장» 자체의 전시적 효과, 교육적 효과가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작품을 판매하는 상황을 연기하는 작가의 모습이란 그 자체로 참 흥미롭지만, 앞서 말씀하신 현대미술을 일본에서 구매하는 일이란 과연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받쳐줄 때만 그렇다는 생각도 듭니다.

쿠로세 : 사실 그 부분 없이는 작품이 판매가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 암시장» 2회는 «예술동영상 암시장 -겨울마켓»으로 이름이 변경되어 2019년 12월 27일, BUCKLE KÔBÔ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관련 정보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http://chaosxlounge.com/wp/archives/2602

  1. 거리 문화와 현대 미술의 연결을 실천하는 아트 콜렉티브.
  2. “일상의 오브제를 재료 삼아 작업하는 김경규와 폐기물을 수집해 장난감을 만드는 김현주는, (비록 결과물이 다른 지점을 향할지라도) 상당히 흡사한 모티브로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들이다. 구탁소의 직업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된 둘은 쉽게 소외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먼지’라는 오브제를 선택해, 이를 관객에게 판매한다.” (출처: 굿-즈 공식 홈페이지. http://goods2015.com/artist_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