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방과후의 첫 번째 대화는 «굿-즈(GOODS)1 2주기(週期)» 입니다. 이수경은 2017년 진행된 «더-스크랩(THE SCRAP)2», «취미관(TasteView, 趣味官)3», «PACK F/W 20174»,으로 시작해 지난 2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강정석, 권순우, 김윤익, 김익현, 유지원, 정홍식과 대화를 가졌습니다. 대화는 2018년 1월 8일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이후 편집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일시: 2018. 1. 6, 오후 2시
장소: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13F 마가레트

강정석: 정석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가, 기획자다. 기술 발전이 야기하는 다양한 변화에 관심이 있다. 비디오 게임 이후를 다루는 잡지 «MAGAZINE»의 발행인이며, 이수경과 함께 피아☆방과후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권순우: 순우
기획을 하고 있다. 이전엔 커먼센터에서 일했고, 버려진 공간에 오페라코스트, 웨스트웨어하우스 등의 이름을 붙인 가짜공간을 만들어 시각예술 관련 행사를 기획했다. 지금은 취미가(趣味家, TasteHouse)5를 운영/기획 중이다. 지속 가능한 활동의 조건을 고민하며, 생각보다 잘 이야기되지 않은 일들을 기획으로 다룬다.

김윤익: 윤익
«PACK»의 기획자이며 2009년부터 동료 작가와 공간사일삼6을 운영하고 있는 미술가다. 그 외 디자인 스튜디오 ‘리사익(Riverside Express)’을 통해 그래픽 디자인도 병행하고 있다. 의외로 만화와 동양화를 전공했으나 대학 내 성폭력 사건 및 권위 집단의 2차 가해 현상을 목격 후 자퇴했다. 대부분의 활동 영역을 몸으로 살피며 독학으로 습득, 시도하는 편이다. 미술의 생산 조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보게 되는 것’을 살피는 데 관심이 있다.

김익현: 익현
김익현은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것을 조사, 연구하며 선별하고 구조화한다. «SeMA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서울시립미술관, 2016), «A Snowflake»(국제갤러리, 2017) 등에 참여했으며, 작년 개인전 «Looming Shade»(산수문화, 2017)을 가졌다. «더-스크랩», «장면과 국면»(문화역서울284, 2018), «Le Rayon Vert»(취미가, 2017), «서울루나포토 : Chat»(보안여관등, 2017) 등 사진에 관련된 전시와 이벤트를 공동 기획했다. 사진가 홍진훤과 함께 공간 지금여기7를 공동 운영한 바 있다.

유지원: 지원
미학을 전공했다. 때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간헐적인 강연자, 기획자, 비평가, 소비자, (통) 역자, 연구자, 토크 패널, 협력자가 된다. 이미 있던 것을 다시 집어 드는 일이나 소재가 아닌 태도를 주고받는 것에 집중한다. 숨 가빴던 2017년을 보내고 2018년에는 여성(성)의 (자기) 표현, 미래의 노동, 평면과 통제와 같은 것들을 두고 연구에 걸맞은 호흡과 관계를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

이수경: 수경
서울에서 활동 중인 미술가. 생활에서 마주하는 익명의 존재를 바라보며, 그의 질감과 실루엣, 색 등을 작업의 재료로 삼곤 한다. 널리 알려진 오해와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상황, 의복에 관심이 있다. 2017년부터 강정석과 함께 피아☆방과후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정홍식: 홍식
원래는 프라모델 원형사가 되고 싶어 조소과에 입학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술가 생활을 하고 있다. 2015년부터 1년간 작가 그룹 ‘7898‘의 멤버로 «정신과 시간의 방9»을 공동 운영했고, 주로 오타쿠 업계의 이런저런 콘텐츠 생산 방식에 재미를 느낀다.

  • 편의상 본문의 공간·행사명을 아래와 같이 표기합니다.

«굿-즈(Goods)» -> 굿-즈
«더-스크랩(THE SCRAP)» -> 스크랩
«취미관(TasteView, 趣味官)» -> 취미관
«PACK F/W 2017» -> 팩
오픈베타공간 반지하B½F -> 반지하
공간 사일삼 -> 사일삼
공간 지금여기 -> 지금여기
정신과 시간의 방 -> 정시방

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혹은 가상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경: 어떻게 보면, ‘사진을 판다’는 행사가 따로 생기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어떤 생각으로 스크랩을 진행하게 되셨나요? 굿-즈 이후에 아쉬웠던 점,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점 등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2015년, 기획팀 회의에서 ‘앞으로 굿-즈는 없다’고 다 같이 합의했잖아요? 그리고 뭔가가 생겨났으니까요.

익현: 일반적으로 사진 전시라고 하면···매체의 특성상, 작가의 관점을 열다섯~스무 장 단위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합니다. 그걸 통해 사이즈의 변화를 주거나 하는 식으로 전시를 해왔어요. 그게 굉장히 일반적인 사진 전시의 방법론이었어요. 신생공간10을 운영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이 있어요. 완성되지 않더라도 과정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얻고, 그걸 통해서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내고···제게 그런 것이 자극이 되었습니다. 함께 굿-즈를 기획하면서, 지금여기에서 사진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들을 추천했어요. 그들이 굿-즈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사진을 다루는 작가의 비중은 아주 적었어요. 한 5~6명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7% 정도 되는 거잖아요. 그걸 보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진에 좀 더 즐겁게 접근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작가들이 사진 매체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굿-즈가 끝나고 저희가 합의할 수 있었던 부분은 이것인 것 같아요. ‘굿-즈를 위해 우리가 만들어 낸 시간과 노동력, 에너지를 재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간을 1년 정도 운영해왔고, 굿-즈는 끝났고. 그렇다면 사진으로 또 뭔가를 재미나게 해볼 수는 없겠냐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굿-즈의 경험이 커서 그런지, 그 고민이 일종의 장터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대신, 기존의 아트페어 같은 시스템처럼 작품을 보기 좋게 걸고, 구획을 나누고 하는 식보다는 여태껏 (사진) 전시에서 아쉽게 느꼈던 점을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획일화된 디스플레이라든지 반드시 프레임을 해서 전시를 하는 등의 방법. 그런 것은 지금의 관객들을 전시장에, 작업 앞에 붙잡아 두지 못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방법을 고민하고 구체화하면서 스크랩을 하게 된 거죠. 굿-즈와 지금여기의 경험, 기존에 느꼈던 사진계와 사진 전시에 대한 답답함이 뒤섞여 출발하게 되었어요.

수경: 스크랩 운영진은 전부 사진 작업을 하는 분들인가요?

익현: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막연하게 이야기를 꺼내 홍진훤씨와 상의하게 되었어요. 지금여기를 통해 만났던 작가, 기획자에게 함께하기를 제안하게 되었고, 수가 점점 늘어서 2016년에 기획팀이 꾸려지게 된 거죠. 사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주 측이에요.

정석: 사진이 전체 미술계 안에서 소수라는 느낌이 있나요? 지금여기 운영하실 때도 느꼈던 것 같아요.

익현: 그렇죠. 저는 사진 매체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사진과를 졸업하고 나와보니, 주변에 미대를 졸업한 비슷한 나이대의 작가 중에, 사진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를 찾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평론이나 글, 작업 등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도저히 찾기가 힘들었어요. 단지 미술계에 사진이 적다기보다는, 제가 알고 있던 사진과 사진계···이런 것에 답답함이 있었죠. 그래서 스스로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지나고 보면, 사진계를 바꿔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수경: 스크랩의 기획자 수는 굿-즈 대비 줄었잖아요? 조건을 유지하거나 바꾼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익현: 우선 스크랩 기획팀 중 굿-즈를 겪어본 사람이 제가 유일했어요. 저도 적극적으로 연루되어있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조직되고 돌아가는지 봤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어요. 굿-즈와 같지는 않더라도, 공유하는 지점을 가지고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다만, 인건비를 책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또 반복될 거라는 걱정은 스쳤어요. 1회의 기획팀은 13~14명 정도였어요. 그들이 순차적으로 합류하게 되었어요. 회의가 문제에 봉착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같이하자고 제안하고. 그러다 보니 들어온 순서에 따라서 행사 전체에 대해 꿰뚫고 있는 정도의 차이가 있어요. 1회를 통해 그런 과정을 거치고, 2017년에는 기획팀 인원을 줄이게 되었어요. 특히 «보스토크(Vostok)11» 편집장 박지수12 씨와 편집 동인 이기원13 씨 같은 경우, 언론이기 때문에 분리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었고요. 결과적으로 지금은 다섯 명이 일하고 있어요.

수경: 참여작가 수는 굿-즈에 비해 늘어났지만, 작가가 직접 현장에 와서 작품을 팔지는 않는 형태로 바뀌었네요.

익현: 굿-즈라는 좋은 모델이 있으니까 그것을 어떻게 참조할까, 아쉬운 부분은 어떻게 비켜나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거의 유일한 대조군이 굿-즈였어요. 우리가 경험해본 것이 사실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굿-즈를 통해, 참여 작가 수가 많으면 에너지가 굉장히 넘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많은 작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행사 기간 내내 관객을 상대로 일종의 연극같은 것을 펼쳤었죠. 하지만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 즐거운 한편, 굉장히 지치는 일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크랩에선 최대한 관객과 작가가 만나지 않는 방법을 고안한 것 같아요.

정석: 관객을 만나는 일이 체력적으로 지치기 때문에?

익현: 네. 그리고 사진이란 매체는 데이터만 받으면 얼마든지 출력해낼 수 있기 때문에. 그 특성도 고려했죠. 관객과 작가가 굳이 스크랩이라는 곳에서 만나야 할까? 최종적으로 기획팀이 모든 걸 책임지고 작가는 데이터만 제공하면 되게끔 행사를 설계해나갔던 거죠.

정석: 사진의 사이즈는 왜 통일한 거예요?

익현: 여러 가지가 고려되었어요. 참여 작가 중에 사진을 한 장도 안 팔아본 이도 있고, 이미 팔고 있는 이도 있었어요. 꼭 갤러리나 시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인을 통해 팔기도 하고, A4 사이즈 작품의 가격이 이미 책정되어 있던 작가도 있었고요. 물론 스크랩의 가격보다 비싸게요. 제작과 디스플레이 등 모든 것을 기획팀이 책임지는 형태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할 만한 것을 고려해야 했어요. 예를 들어, 제작비의 경우, 기본단위가 천장이니까 천장의 사진을 열 장씩만 뽑아놔도 만장이잖아요. 그리고 이건 좀 지나고 든 생각인데, A4라는 규격이 어떻게 보면, 기존의 사진 규격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인터네셔널한 종이의 규격이고요. 그러한 사이즈를 작가들에게 제시했을 때, 좀 더 재미난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초기 단계부터 사이즈라든지 여러 가지를 설정할 때, 굉장히 제약이 많은 행사로 만들어 놓은 것이 사실이에요.

 

순우: 취미가의 운영진은 모두 굿-즈 기획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에요. 굿-즈의 성공 지점이 있는데, 그게 그대로 흩어져버리는 것이 아까웠어요. 그 중 하나는, 현재의 미술을 관람하고 좋아하는 시민-관객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엔 그들이 씬에 참여하지 못하고 전시장 안에 부유했어요. ‘아, 작업 좋네.’ 하고 다시 집에 돌아가는, 씬에 포함이 안 되는 상황이었죠. 근데 굿-즈를 통해, 그들이 소비자 혹은 작가의 후원자로 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관객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업을 구입하고, 자신의 공간에 직접 디스플레이해보는거죠. ‘이게 이렇게 좋구나.’ 혹은, ‘어? 생각보다 별로 안 좋은데?’ 하며 사적 공간에서 작업을 감상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돈을 지급해서 일정 부분 작가를 후원하게 되는···씬에 명확하게 포함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한 번 그걸 해본 것은 한 번도 안 해본 것이랑은 엄청난 차이죠. 그런 사람 5~6천 명이 갑자기 생겨났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상황이었는데, 그게 그냥 흩어지는 것은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굿-즈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돈선필과 박현정 작가14가 상봉동의 반지하 내부에, 작은 선반을 굿즈(g8ds)15라는 상점으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원래는 굿즈(g8ds)의 알파 버전으로 취미가를 준비하다가, 이게 알파가 아닌 베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정석: 상봉동 굿즈(g8ds)는 홈페이지와 연동한 작은 선반이었잖아요? 현장의 매대보다 홈페이지가 더 좋았죠.

수경: 홈페이지를 먼저 보고 와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정석: 굿즈(g8ds)에서 고무됐던 지점이 있어요. 그런 작은 매대로 누군가가 와서 작품을 샀다는 것. 구매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선 작품을 구경하거나 살 기회가 적은데, 편하게 홈페이지를 통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어요. 또, 남들 눈치 볼 필요 없이 가격이 다 나와 있어서 좋았다고요.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그걸 사러 와줬다는 점에서 어쩌면 뭔가 작동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어요. 추후 돈선필씨가 일종의 발기인으로 굿-즈를 해보자고 제안했죠. 나서주니 함께하게 된 것 같아요. 이후 기획팀 내에서 전체 행사명에 대해 논쟁이 많았잖아요. 굿즈로 하느냐 다른 이름으로 하느냐.

윤익: 네. 많았죠.

정석: 처음에는 ‘파생물(派生物)’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했는데, 다들 번복하고 다시 회의를 했죠.

윤익: “이건 아니야···.”

정석: 굿즈(g8ds)를 운영한 돈선필, 박현정 씨가 나중에도 계속할 거로 생각했고, 먼저 해왔고. 그래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좋겠다는 합의를 봤죠. 그래서 최종적으로 굿-즈가 되었어요. 이후 돈선필 씨가 굿-즈 행사의 대표가 된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고요. 굿즈(g8ds)에서 굿-즈로, 그리고 취미가는 유리관을 만든 거네요.

순우: 지난 2014~15년의 서울이 서부극 영화 세트의 베니어판으로 앞을 가린 상점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가설무대, 세트장이 아닌 진짜 시스템, 진짜 공간···. 진짜 공간이라고 하면 말이 좀 이상하지만, 장기적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바랬어요. 그 공간이 갓 생겨난 5~6천 명의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 젊은 작가의 작업, 전시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사람들이 안심하고 작업을 관람하고, 마음에 들면 구매하여 자신의 공간에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랬죠. 그래서 현재 운영진과 함께 취미가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취미관같은 행사를 만들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작은 상점을 가늘고 길게 이어갈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2층 공간을 쓸 수 있을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가 큰 분기점이었어요.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판매를 통해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예요. 상점을 가늘고 길게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선반에 늘어놓은 작품만으로 소개하기에는 목소리가 너무 작은 거죠. 실제로 ‘언젠가 가야지.’ 생각만 하고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전시공간에 준하는 형태가 있으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개와 행사를 할 수 있겠다 싶어 조금 모험을 했죠. 대출을 받고 ㅎㅎ

수경: 취미가는 이름에서 어느 정도 정체성이 드러나는 거 같아요.16

순우: 저희가 일본의 서브컬쳐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것을 차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일본의 서브컬쳐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나 의도는 전혀 없어요. 우리는 이 형식으로 할 수 있는 모델이 있다는 것을 보았고, 그것을 미술에 적용해서 기존에 없던 판매형식을 보여주려고 해요. 일본 서브컬쳐에서 할 수 있는 것과 미술에서 할 수 있는 건 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서브컬쳐의 차용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가 한자리에 모여있어서, 서로 다른 관심을 가진 소비자, 관객이 만나는 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거예요. 미술에도 여러 가지 다른 스펙트럼의 미술이 있는데 그것들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윤익: 굿-즈가 이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일 년 내내 그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희생하면서 행사를 만들 수는 없다는 판단하에 ‘굿-즈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라고 저는 이해했어요. 뭐···하나의 세력이 되었다, 미술계에 편향된 문화를 만든다는 둥 부정적 이야기들이 외부로부터 있었지만,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만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게 아쉽게 느껴졌어요.

굿-즈란 대체 무엇인가, 각자 상상하는 굿-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가 준비 기간 내내 굉장히 많았죠. 그게 기억에 남았어요. 행사 마지막까지 굿-즈라는 명사에 대한 정의가 좁혀지지 않았죠. 물론 어떤 공감하는 차원은 있지만···각자가 이해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을 거예요.

정석: 기획팀이 가장 오래 회의했던 부분이죠.

윤익: 하나로 합의된 명사가 아니라는 점. 각자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굿-즈는 무엇일까?’라는 물음표를 띄워두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게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길이 되었어요. 굿-즈에 대해 생각하면서 굿-즈가 될 법한 작업을 쏟아냈잖아요. 무언가를 판매, 소비하는 플랫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자와 기획자에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생산적인 플랫폼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게는 그 부분이 굿-즈에서 가장 좋았고 이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행사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인력도 그렇고, 당시 판매되었던 것 중에는 제겐 공감되지 않았던 작업도 있어요. 그런 것을 하나씩 가지 치면서 팩의 형태를 만들어갔어요. 팩은 ‘작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물론 굿-즈에 있던 것도 다 작품이죠. 하지만, 작품과 굿즈를 일직선 위에 두고 보면, 굿즈가 좀 더 파편화된 어떤 것이고 작품이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팩을 통해 좀 더 ‘작품’에 가까운 것을 다루고 싶었어요. 완성도라든지···구입해서 가져가게 될 때, ‘내가 좋은 물건을 가졌구나’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요. 또, 굿-즈의 경우, 가격대가 500만 원에서 500원까지 있었고 그로 인해, 경쟁이 심해지는 것이 저는 별로였거든요. 행사 안에서 가격 컨트롤이 되고 관객에게 이 정도의 퀄리티와 가격대라는 설득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석: 말씀하신 ‘작품’이라는 게 뭔지···약간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윤익: 원본의 이미지에 기인해서 파편화하다 보면···예를 들어, 스티커, 프린트, 포스터라든지. 공장에서 찍어내는, 한 번에 많이 찍어낼 수 있는 것들이 될 텐데요. 그런 것이 내가 소비하고 싶은 미술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정석: 작품을 사서 집에서 보니 그랬다는 거예요?

윤익: 그렇죠. 집에 가져다 놨을 때, 꺼내서 어디에 붙여놓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금방 낡게 되고. 굿-즈의 경향이나 그런 느낌은 너무 좋아하는데, 물성으로는 좀 더 손에 잡히는 거였으면 좋겠더라고요. 사람들이 직접 가져가 집에 놨을 때, 단단하게 작업의 내용을 전달해주는 토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좀 더 좋은 물건. 그래서 팩의 참여 작가에게도 그런 식으로 디렉션을 했죠.
또, 행사에 많은 인력이 들어가고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것. 작가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스킨십하고. 그런 게 저겐 부산스럽게 느껴졌어요.

수경: ㅎㅎ. 스킨십은 안 했는데요.

윤익: 김동규 작가가 관객을 안아주기도 했잖아요 ㅎㅎ. 그런 부분이 재밌기는 하지만 저는···그곳에서 작품을 충분히 보는 시간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정말 가질만한 물건이라는 설득이 되어야 하는데, 행사에서 작업을 보는 그 시간이 전부잖아요. 그 시간이 방해받는다면 좀···. 그러한 관람 방식이 저는 와닿지 않았어요. 다른 요소를 다 지우고, 더 진공상태에서 작품과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더라고요. 더 프라이빗하게 참여 작가 수를 줄이고,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순간의 확보를 목표로 행사를 만들다 보니 팩의 형태가 나왔죠.
굿-즈를 기획할 때, 장소 섭외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던 기억이 있어요. 사일삼을 운영하면서도 공간 하나로 계속 뭔가를 하는 게 굉장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장소에 아예 제한을 받지 않고 들어다가 어디다 딱 놓는.

정석: 뿅? ㅎㅎ

윤익: 뿅! 나오듯이 환경을 만들고 거기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걸 하면 너무 좋지 않을까. 그래서 ‘팩’이라는 압축적인, 고퀄리티 환경의 플랫폼을 상상하게 되었죠.

 

익현: 듣다 보니까, 굿-즈의 경험이 저희 각자에게 엄청나게 크게 남은 것 같은데···.

정석: 달라요. 각자의 포인트가.

익현: 달라. 저희는 어떤···절망 같은 걸 봤거든요.

윤익: 절망?!

익현: 왜냐면 굿-즈가 없어지고, 매일 굿-즈를 만들 수도 없는 데다가, 굿-즈 기획 시작 단계에서는 ‘작품을 팔아서 먹고산다’는 것에 약간 희망이 있었다면, 하면서 완전히 사라졌어요. 이걸로 먹고 살 수는 절대 없다고.

정석: 저도 그건 느꼈어요.

윤익: 맞아.

정석: 행사 이후, 예경 사업 평가하는 측에서는 굿-즈 2회를 원했고, 여러 방면에서 그런 의견이 많았죠. 저는 순우 씨가 왜 취미관을 할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저랑 함께 UE177에서 ‹After Dark: 故 굿-즈에 대하여18› 토크를 했던 사람이니까요. 굿-즈는 이제 죽었다고 선언을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취미관을 열게 된다니, 그 차이는 뭐였을까? 그래서 이렇게 듣고 싶었어요. 이제 굿-즈의 2주기가 조금 지났죠.

익현: 어, 지났네요.

 

 

정석: 취미관의 홍보를 보면, 만다라케(まんだらけ)19의 유리관과 아키하바라 렌탈케이스20를 참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다라케 유리관은 2004년에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21에서도 다뤄진 소재라는 걸 밝혔죠. 취미관 기획자들에게 그것이 어떤 면에서 흥미로웠는지 궁금해요.

순우: 복잡한 논의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취미가를 만들고 판매형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즌별로 1층 매대의 형식을 바꿔가면서 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렌탈케이스를 가져와서 거기에 작가를 시즌마다 바꿔서 배정하는 형태에 대해 이야기했었고, 만다라케처럼 유리장 같은 게 크게 있고 거기에 여러 장르의 작업이 가득 들어가는 것. 서로 다른 작품들이 병치된 채, 작품이 주장하는 재화로서의 가치가 바로바로 확인되는 것. 아키하바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판매형식 이야기를 했었어요. 본래는 1층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였는데, 2층 공간을 쓸 수 있게 된 상황이니 기존에 이야기해온 태도를 크게 해보자고 한 게 취미관이 된 것에 가깝죠.

정석: 저는 취미가라는 공간이 비영리도 상업 갤러리도 아닌 점이 흥미로워요.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해요. 폐간된 한국 모형 잡지의22 이름을 가져온 것이기도 하고. 거기에 ‘취미관’이라는 행사 이름이 나와버렸을 때···스크랩은 사실 지금여기가 없어진 후에 생긴 것이니까 공간의 대표성을 가진 행사는 아니에요. 사일삼과 팩이 동일시되지도 않고요. 그런데 취미관은 되게 사운을 건···‘취미가의 취미관이다!’ 이런 느낌이 있었어요. 기대하게 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큰 그림이 있는 건가 궁금했어요.

 

홍식: 저는 전시나 행사를 보면, 머릿속에서 오타쿠스러운 뭔가로 자동치환하는 병이 있어요. 굿-즈는 서코23나 온리전24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스크랩 1회를 봤을 때 매체 때문인지, 트레이딩 카드25 파는 곳 같았어요. 저는 카드게임 보는 건 좋아하지만 플레이는 잘 안 해요. 샵에 가도 뭐가 뭔질 모르고요. 스크랩을 보는 감각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뭐가 뭔지 모르면서도, 그중에서 좋은 것을 머릿속에서 막 가려내게 되는···. 트레이딩 카드 샵에서는 레어도26나 성능에 따라 카드 가격이 다르잖아요? 스크랩의 사진 사이에 가격 차는 없지만, 천 장이나 되는 사진을 보면서 어느 게 좋은지 다섯 장, 열 장을 가려내고 있는 그 경험? 그런 게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미관은 홈페이지 소개대로 렌탈케이스 샵과 비교해서 보게 되었고, 팩은···샵들 보면 핫토이27 따로 진열해놓는 데가 있어요. 딱 그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장식장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것들은 훨씬 비싸고 좋은 것이라는···팩의 진열장 자체가 그렇고, 조도를 조절한 것도 그렇게 보이잖아요?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윤익: 기존의 케이스를 대부분 리서치 했고, 완벽하게 뛰어넘고 싶었어요.

홍식: 네. ‘이거는 이케아 것이 아니야’ 이런 거 ㅎㅎ. 어쨌든 세 행사를 서브컬쳐의 장소로 치환해서 봤을 때, 재밌는 지점이 발생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정석: 취미관에서 손주영 작가의 유리관28에 참여하기도 하셨죠? 참여자로서 감상도 포함일까요?

홍식: 취미관이 오픈할 때는 제 작업이 들어가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좀 더 관객으로 봤던 것 같아요. 이후에 제 작업이 들어갔을 때는 참여자의 태도로 보게 되었죠. 제가 그때 일본여행 갔다 온 지가 얼마 안 되어서···렌탈샵 컨셉에 대한 기준에 날이 서 있었어요 ㅎㅎ. 그래서 아쉬운 게 더 보였어요. 저는 굿-즈를 보면서 ‘어, 이거 온리전이네.’라고 생각을 했지만, 굿-즈가 비평적으로 꼭 그렇게 읽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굿-즈에서 그런 점이 재밌었어요. 온리전에 참여한 존잘님들이 자신의 2차 창작물을 판매하는 방식···어떻게 훌륭한 2차 창작물을 뽑아낼 지와는 별도로 어떻게 하면 이게 잘 팔릴지에 대해 고민하는 방식이 있을 텐데요. 참여 작가들이 작품 판매에 대한 형식 실험으로 굿-즈를 뽑아낸 점이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반면, 렌탈샵의 경우는 2차 창작물이랑은 다르잖아요? 렌탈 케이스의 특징은 그 안의 물건이 케이스 대여자가 구매한 것이라는 점이죠. 만든 것이 아니라요. 굿-즈와 취미관의 제일 큰 차이점은 이것인 것 같아요. 굿-즈에선 판매하는 것은 자기 작업을 원전으로 하는 2차 창작물···판매 목적으로 만든 ‘작업’이었다는 게 중요한 점이에요. 하지만 컨셉이 렌탈 샵이 되었을 경우, 참여작가는 본인의 작업을 판매하는 것과 동시에 ‘내가 사서 모은 것을 렌탈 샵에 낸다’는 포맷을 어떤 식으로 응용할지 고민이 되죠.

정석: 만화가 중에 자기 작품의 평행 서사를 스스로가 동인지로 만드는 경우가 있죠. 저자가 같으니 그걸 동인지로 봐야 하는지 진짜(1차)로 봐야 하는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부분. 그런 느낌이 말씀하신 대로 굿-즈에 있었죠. 렌탈케이스는 좀 다른 측면이네요.

홍식: 굿-즈보다는 취미관이 기획과 구성이 좀 더 중요한 행사였다고 생각해요. 참여 작가의 실험보다 행사를 구성하는 측에서 작가 섭외와 그의 무엇을 갖다 놓을 것이냐를 섬세하게 구상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기존에 있는 형식을 가져오는 거잖아요? 경제가 정체되어도 이상하게 죽지 않는 일본 2차 창작 시장의 생존 원리와 포맷을 벤치마킹해 오는 것이죠. 저는 렌탈샵의 중요한 생존 포인트가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오타쿠가 와서 레어한 아이템을 알아보는 일. 둘째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뭔지는 모르지만 멋져 보이는 걸 5만 원쯤 내고 사 가는 일. 그 양쪽 측면을 다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취미관에서 아쉬웠던 점은, 특히 첫 번째가 잘 안 됐다고 생각해요. 일본의 작은 렌탈 샵에 갔었는데, «유☆유☆백서(幽☆遊☆白書)29» 피규어가 거기 있었어요. 근데 그게 장식장의 위. 그러니까 장식장 밖에 있는 거죠. 위에서도 뒷줄에. 왜냐면 그건 희귀한 거라서 그걸 찾으러 온 사람은 거기까지 샅샅이 볼 것이거든요. 렌탈 샵의 구성원리는 그거죠. 별로 귀하지 않은 것이나 사람들이 잘 안 찾는 것을 진열장의 앞에 놓고 조금 더···역사적으로 중요하거나 매니악한 것을 뒤에 놓는 것. 예를 들어, «원피스(ワンピース, ONE PIECE)30»의 쵸파 같은 게 앞에 나오죠. 물건을 배치하는 레이어가 있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작가 한 명당 유리장 하나씩 배정해 준 게 아쉬웠어요. 물론 전체 구성을 운영자들이 고민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일이 많아질지 가늠할 수 없긴 하죠. 그렇지만 좀 더 벤치마킹해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오타쿠의 마음 같은 게 있었어요. 굿-즈에서 신나는 마음으로 작품을 샀던 그 사람들이 왔을 때, ‘이건 꼭 사야 해!’하는 마음이 일어나야 그들이 미술 오타쿠화 되는 거잖아요? 한국에서 미술 오타쿠하면, 김달진 씨가 최고잖아요. 만약 김달진 선생님이랑 협업했다면 어땠을까요. 김달진 미술 연구소31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중고 미술 서적 오픈마켓을 하잖아요. 예를 들어, 70년대에 있었던 전시 도록 한 권이 취미관 진열장에 있는 거죠. 심지어 막 작가 사인이 되어있다거나. 저는 그런 걸 ‘뽕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팔리지는 않을지언정, 그걸 봤을 때, ‘와 이거는 대박이다’, “어떻게 하면 이걸 볼 수 있나요?”, “사시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되는 거죠. 작년부터 도쿄 모리 아트센터 갤러리(森アーツセンターギャラリー)에서 «창간50주년 기념 주간 소년점프 전(創刊50周年記念 週刊少年ジャンプ展)32»을 하고 있어요. 근데 전시의 입장권이···한 장을 사면 열 가지 중 하나의 이미지를 랜덤으로 받아요. 전시가 10년 단위로 나누어져 열리는데, 81년부터 90년까지의 점프를 다룬 «창간50주년 기념 주간 소년점프 전 VOL.2»로 치면, 그 10년 동안의 주요한 표지가 티켓에 들어가는 이미지에요. 그중의 하나를 랜덤으로 주는 거예요. 만약 10장 값을 내면 그 10장이 다 들어있는 액자를 줘요. 그런 것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짧게 보면 10년, 길게는 30~40년을 잡고, 그간에 주요했던 전시 티켓이나 도록 등의 이미지를.

정석: 미술의 ‘시간을 구성한다’란 기획팀 차원의 손길이 유리관 안에 담겼었다면 하는 욕심이 저도 있었어요. 홍식 씨에 비하면 막연한 거지만. 만다라케에는···왜 그런 거 있잖아요. 지나가다 ‘웬 고질라 머리가 있네?’하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보면 고질라 첫 방영 때 사용된 수트라던가. 가격이 어마어마한 거죠. 이불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 ‹수난유감 – 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1990)가 떠오르네요. 만일 그런 게 유리관에 있으면, 특촬물 수트와 미술작품의 사이가 생기고.

수경: 케이스 안에 있는 작품의 가격이 시간···역사에 기반해서 매겨질 때, 그걸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고요.

홍식: 이게 꼭 미술 역사가 너무 좋다는 것보다는···. 그냥 그게 더 웃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티켓을 딱 받았는데 ‘터전을 불태우라33‘ 같은 게 쓰여 있는 거죠. 그러면? ‘이게 뭔데?’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 이미지를 왜 티켓에 넣었는지 간파할 수 있는 관객은 재밌을 거 아니에요.

지원: 갔는데 막 «AG34» 도록 있고 ㅎㅎ

홍식: 참여 작가의 범위도 조금 더 넓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옛날로. 그 역시 기획자 입장에서는 엄청 빡세지죠. 어르신과 일을 해야 하니까. 근데 예를 들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작품이 막 섞여 있는 와중, 구석에 김구림35 선생님 굿즈가 있다? 그러면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흥미로워질 수도 있을 거예요.

정석: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한 일본 공예가가 돌을 줄로 매듭지어 파는 걸 봤어요. 이승택 작가의 ‹매어진 돌›(1958) 생각이 나더라고요. 유리 진열장 안에 둘 다 들어있다면? 공예품과 미술품이 작품 제목과 가격만으로 같이 놓일 때, 취미관이라는 개념이 좀 더 드러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단편적인 상상이지만요.

홍식: 한편에 굿-즈의 경험을 잊지 못해 온 사람이 있다면, 다른 식으로 접근하게 되는 관객도 있을 텐데요. 그런 점에서도 아쉬운 거예요. 취미관이 내세운 콘텐츠가 잘 작동한다면, 굿-즈가 좋았던 사람뿐 아니라 이전 세대도 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렌탈 샵의 경우 만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 가도 너무 신나잖아요.

순우: 시간의 축을 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만다라케 홈페이지 들어가면, 로고 옆 첫 문장이 이거에요. ‘만다라케는 시간을 관장하는 집단입니다(まんだらけは時を司る集団です).’ 오타쿠 컬쳐가 좋아서 그 일을 할 뿐 아니라, 본인들이 다루는 것을 시간이라 정의하고 진행한다는 것에 조금 감동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도 미술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논의를 하긴 했어요. 취미관을 상상할 때, 유리장이 있고 그 안에 작품이 가득 차 있는 상태를 떠올렸어요. 관람객이 어떤 것을 보고 싶다고 하면, 관리자가 진열장을 열어 보여주고, 확인 후 구매를 진행하는 형식을 기본으로 두었고요. 그 나머지를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만다라케처럼 정신없이 꾸며져 있고 시간의 축이 엉켜 있는 상태로 서로 상관없는 작품끼리 병치 되어 있는. 각각의 가격이 모두 공개된 채, 작품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가능할까 고민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공간이 확보되어 있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기금확보가 되는 거예요. 기금 지원 결정에 대한 공고문을 받아야 그 후, 진행 예산이 확정되는데 그게 5~6월쯤이란 말이죠. 결정된 액수도 제출한 예산안보다 줄어있고요. 비용이 확정되기 전에 행사의 형식에 어울릴 거라 생각되는 작가 몇 분에겐 간략히 제안했죠. 하지만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어요. 예산이 확정된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섭외하고, 행사에 관해 설명하고,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서른 명 넘는 작가와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만다라케처럼 하려면, 일단 작품을 저희가 모두 다 한번 받은 다음에.

홍식: 그렇죠.

순우: 그다음에 그걸 다시 디스플레이해야 하는···.

정석: 작품을 행사 한 달 전에 받고 한 달 동안은 설치만 해야 했을 수도 있겠네요.

순우: 맞아요.

정석: 가격 재량권을 기획팀에게 일임해야 할 수도 있고···.

순우: 어우, 그것도 진짜 끔찍하네요 ㅎㅎ. 가격 재량권이라니.

정석: ‘당신이 나에게 물건을 팔았고, 이제 내가 가격을 매깁니다.’라고 해야 만다라케가 되는 거잖아요.

순우: 그렇죠. 네.

수경: 행사가 1회라는 점에서···. 케이스부터 만들어야 했던 것도 큰 부분일 것 같아요. 팩의 경우에도, 참여작가들이 케이스의 규격 등의 정보를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기금의 시간에 맞춰 제작되었기 때문에 실물은 행사 직전에야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작가가 구체적 맥락에서 작업에 투자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었을 거예요.

순우: 맞아요. 그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저희는 더 렌탈케이스에 가까운 형식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어요.

정석: 만다라케라는 형식에 대해서 참여작가에게 설명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순우: 저희가 참여작가에게 만다라케 이야기를 초반에 꺼낸 것이 실수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전에 굿-즈에 참여하셨던 분도 굉장히 생소하게 받아들이셨고요. 막연하게 일본 서브컬쳐의 상황을 차용한 것처럼 이해되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문화는 잘 모른다며 거리감을 두는 분들도 계시고···. ‘재밌어 보이지만 나는 그게 뭔지 모르고 잘 못 하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았어요. 굿-즈와는 다른 것이라는 설명에도 오래 걸렸고, 일본 서브컬쳐의 디테일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형식만 차용해서 제시할 테니 자유롭게 하라는 설득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아무튼 작가에게 유리장 하나씩을 배정해주고, 안에 있는 것들이 판매된다는 전제만 유지하면 터치하지 않기로 했어요. 작가 스스로의 해석을 보고 싶고 그 해석이 최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정에서 세대나 장르를 다양하게 구성하려고도 했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예상보다 좀 좁은 결과물이 되어 아쉽습니다.

정석: 사전 조율이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급했나요? 혹은 작가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터치하지 않았던 걸까요?

순우: ‘조금 더 이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요?’라는 제안을 한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최종 선택은 작가의 몫이기도 하고, 이미 준비한 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작가도 있잖아요. 어느 정도 이상은 저희가 터치할 수가 없죠. 작업 결과물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좋았어요. 유리장 안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모여 더 다양한 스펙트럼까지 있었다면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죠. 무엇보다 앞서 말씀하신 시간의 축이···한 작가의 시간 내에서도 그 축이 발현되기를 기대했지만, 유리장 안의 공간에 반응해 작업 의도를 드러내는 일을 고민한 작가가 다수였어요. 저희가 생각한 대로 구현이 안 된 부분이 있으니 아쉽기는 하죠. 2회에는 작업 방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입하고 다른 스펙트럼, 뷰를 만들 방법을 논의하고 있어요. 올해는 가능하면 기금이 없는 상태에서 준비를 해보려고 합니다. 미리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정석: 관은 제작이 되었으니까요.

 

수경: 행사들 다녀오시고 어떻게 느끼셨어요? 유지원 씨는 각 행사에서의 지출도 많으셨기 때문에.

정석: 지원 씨 발언권의 근본은 ㅎㅎ

홍식: 구매력! ㅎㅎ

지원: 제가 특별히 많이 샀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많이 산 거라고 들어서 되게 놀랐고 ㅎㅎ. 마음이 아픕니다. 취미관이 열리기 전, 6월 즈음에 돈선필 씨가 지나가는 말로 돈을 모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어마어마한 걸 하나보다고 생각하고 진짜 모았거든요. 가서 쓸 생각으로요. 저는 2015년 굿-즈가 홍보할 때 그게 뭔지 잘 모르는 상태였어요. 친구가 가서 같이 갔고, 보면서도 참여 작가를 거의 모르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조금씩 사서 집에 두었던 경험이 있어요. 저에겐 오히려 2017년이 지나서야, 굿-즈가 어떤 행사였는지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어요. 부스에서 만났던 작가들이 이후에 활동하는 과정을 제가 지켜볼 수 있게 되었잖아요? 가령, 김동규 작가를 당시에는 전혀 몰랐는데, 이후에 작업을 알게 되면서 그 사람이 왜 굿-즈에 거지로 나왔어야 했는지36 그제야 좀 알게 되는 것이 있었고요. 또, 박보마 작가가 이상한 분위기로 행사장을 돌아다녔던 것37도 당시엔 뭘까 싶었는데, 이후 작업을 좋아하게 되면서 그때 찍은 사진을 돌아보게 돼요. 작년엔 어떤 작가의 개인전을 보고 좋아서 찾아봤는데 굿-즈에 참여했었다는 거예요. 보니까 제가 심지어 작업을 샀었더라고요.

정석: 오희원 작가의 작업38이죠.

지원: 네. 제 기억에 거기 작가가 앉아 계셨고 판매하는 작품이 여러 가지 있었어요. 각각 가격이 다르길래 이유를 물어봤어요. 작가가 이건 재료가 어떻다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해줬고 그 중 맘에 드는 걸 샀어요. 나중에 개인전을 봤는데, 그때 있던 굿-즈가 작업으로 완벽하게 연결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약간···토템처럼 지각된 어떤 형태로 그곳에 있었던 거란 걸 반추하면서 알게 되는 거예요. 작가가 뭔가를 계속해가는 흐름 속에 단절 면을 본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굿-즈에 같이 갔던 친구는 사기로 계획한 작업만 하나 딱 사서 집에 걸고 만족했거든요. 반면에, 저는 뭔가 자잘하게 이것저것 산 거예요. 먼지39도 사고! ㅎㅎ 요만한 거 뭐 사고, 스티커도 가져오고 또, 유리와 작가 사진40도 샀었고요. 노상호 작가의 자른 그림41도 사고. 저는 그 순간의 이런저런 것들을 즐겼는데, 친구는 진짜 굴하지 않고 살 게 있다고 가서 그것만 사더라고요. 그게 멋있다고 생각을 했고 ㅎㅎ. ‘나도 다음에는 저렇게 해야지. 나도 작업을 사야지.’ 했어요. 왜냐면 그 후 이사를 몇 번 했는데, 할 때마다 괴로운 거예요. 요만한 것들을 어디에, 어떻게 패킹해서 가져가야 할지 아무도 일러준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것이 어느 정도의 위상인지에 대해서···나도, 그것을 파는 작가도···. 물론 느낌은 있었지만···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애매했어요. 먼지는 진짜 먼지를 더 쌓아가면서 막 굴러다닌 거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나의 선택들이 아쉬웠다는 결론이 있었어요. 내가 계속 가지고 갈만한 것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했어야 했는데 몰랐구나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그 경험이 저한테 굉장히 도움이 되었어요. 저장 지점이 됐을 수도 있고요. 종교학에서 성(聖)과 속(俗)은 분명 정반대이지만 ‘성’은 결국 ‘속’에서 나타난다고 하거든요. 거창한 이야기 같지만 한 작가의 작업의 흐름이나 방향성이 작은 무언가에서 반짝 보이는 순간이 생겼던 것 같은 거예요. 그때 기억이 이후에 작업을 볼 때도 계속 레퍼런스가 되었어요. 굿-즈 홈페이지도 잘 되어있어서 거기 있는 인터뷰를 가끔 볼 때가 있거든요. 어떤 작가가 굿-즈에 참여했다는 걸 알게 되면 홈페이지에 다시 가서 확인해보게 되고 그때 뭘 팔았는지 살펴보게 돼요. 하지만 그때 구매한 것들을 계속 가지고 다니는 것이 제게 어려운 경험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제 작업을 살 거다’ 하고 결심했어요. 굿-즈가 나름의 학습 효과를 준 거죠. 저는 굿-즈에서 관객이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후 전시를 볼 때도 작품을 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뒀어요. ‘이거는 파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가끔은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작업을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플랫폼을 연다는 소식이 들려오니까, 기대가 너무 큰 거죠. 그래서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 라인업에 이미 동그라미 쳐 놓은 거예요. ‘나는 이 작가 개인전을 봤을 때 좋았고, 이때 좋았고’ 몇 가지의 리스트업이 있었어요.
취미관에 갔을 때, ‘이 작업을 취미관에서 사는 것이 베스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다른 곳에서 못 사는, 작가의 무언가가 있는 곳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웠거든요, 이건 팩도 그랬어요. 주요 정보가 빠져 있는 데다가 필요한 맥락을 유추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왜 이 가격이어야 하는지 설득해줄 수 있는 작가 본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최 측에서도 작업의 맥락이나 주요 정보를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고. 그래서 선택을 하기 애매하니까 정말 안전한 선택들을 내린 거죠. ‘나는 이 작가 작품을 사러 왔기 때문에 이 유리관 안에서 제일 예쁜 걸 골라야겠다.’ 근데 결과적으로, 작가의 스튜디오에 찾아가서 그와 대화하면서 뭔가를 가져오는 것보다 더 좋은 경험이었을까? 거기엔 아직 물음표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저는 유리관 체험에 지표가 되는 지점이 없었거든요. 만다라케나 그 레퍼런스를 잘 알지 못하니까, 형식을 비평적 레이어로 읽기보다 그저 진열장으로 보였어요. 예를 들면, 최고은 작가의 관에 유리 조각이 있었고 너무 예쁜 거예요42. 근데 비싼 거죠.

정석: 얼마 정도였던가요?

지원: 비싼 거는 70~80만 원? 크기에 따라 조금 달랐는데, 제목은 신체 부위의 명칭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오브제들이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그냥 “가져갈게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이걸 데려가려면 저한테는 큰 결심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 결정을 할 만한 맥락이 충분히 주어져 있지 않다는 느낌이었어요. 공간이 굉장히 북적북적하기도 했고. 행사를 통해 처음 보게 된 작가의 작품도 있었는데, 그 작업이 왜 지금 여기 오게 된 거고, 뭘 하려고 하는가를 알 수가 없는 거죠. 그래도 결과적으로 취미관에서 한 아름 가져왔어요 ㅎㅎ. 팩에 대한 것도 겹치긴 하지만 약간 다른 이야기도 있어요. 팩에서도 제가 열쇠를 서너 개 열었어요.

정석: 첫 번째 손님이었다면서요.

지원: 네. 행사 첫날 오픈 시간 ‘땡’ 하고 가서 딱 사서 나오는데, 거의 20분도 안 걸렸어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목표가 뚜렷했거든요. 취미관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라인업 보고서 ‘아, 그동안 이 작가의 작업이 너무 궁금했어. 뭔진 모르겠지만 사겠어!’라는 의지가 이미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ㅎㅎ. ‘어쨌든 하나는 열거야!’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가자마자 빠르게 살피고, 고르고, 포장해서 온 거예요. 근데 그게 좋은 거였을까? 관객이 그렇게 하게 한 것이 좋은 거였는지가 의문이었어요.

수경: 바로 쇼핑으로 돌입하는 것?

지원: 바로 쇼핑하듯이 하나를 골라 가는 것.

홍식: 지원 씨가 팩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 제 이야기와 닿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핫토이같은 비싼 피규어는 사실···꼭 팔려고 디스플레이하는 게 아니거든요. 다들 맥락을 알고, 멋있는데 너무 비싸서 못 사는 것을 보통 그렇게 전시한단 말이죠. 팩이라는 행사는 ‘작품을 판매한다’는 컨셉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어요. 그런데 직접 포장도 하는 그런 방식이 서로 잘 조합됐는지에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지원: 맞아요. “이거 사겠다.” 하니 열쇠를 주셨고 자물쇠를 열었는데, 작업이 눈앞에 있는데, 저는 방금 흡연하고 와서 손도 더럽고···그걸 내 손으로 들어서 포장을 해야 하는 게 불안했어요. 장 안에 쨍하게 작품이 들어가 있는 상황과 그걸 직접 들어 가져오는 게 뭔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제가 기대하던 작가들이 많이 참여해서, 계획보다 더 구매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계산이 있었는데, 예상보다는 많이 사지 못했던 것 같아요. 또, 구매 당시엔 몰랐던 부분인데, 그날 산 작품을 작업실에 두고 좋아하고 있다가, 다음다음 날 인스타그램에서 팩 피드43를 보니까, 제가 가져간 작품이 있던 케이스에 같은 작가의 다른 작업이 새로 들어갔더라고요. 근데 그 작업도 너무 예쁜 거예요. 만약에 그것들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더라면 더 고민해서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한 작가의 작품군을 놓고 판별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여러 작가의 작업이 섞여 배치되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봐야 했고. 전체 경험이···사러 간 사람의 입장에서 애매하다고 느꼈어요. 망원동에서 진행된 팩 2차 때도 구매 목표가 있었어요. 백수현 작가의 등44을 사러 간 거였고, 여러 에디션 중에 골랐어요. 그걸 집에 가져왔는데, 팩 안에서는 등이 켜져 있지 않아서 등이 주황빛일 거라고 예상을 못 했어요. 무드등인 줄 몰랐던 거예요. 그렇게 야할 줄 몰랐어요 ㅎㅎ. 그런 야릇한 느낌인 줄 알았더라면 더 과감한 이미지가 있는 것을 샀을 거 같아요.

홍식: 어차피 그럴 거면.

지원: 어차피 그럴 거면! 고를 때 되게 고민했거든요. 등에 프린트된 이미지 중 더 야하고 과감한 것도 있고, 덜 그런 것도 있고, 완전 간 것도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그래도 집에 둘 거니까.’ 하며 골랐어요. 하지만 이런 작업인 줄 알았다면 선택이 달랐을 텐데 싶었어요. 팩 진열장 조명 밑에 있다 보니 그걸 최종 이미지로 본 거예요. 2차 때, 라인업에 제가 잘 모르는 작가들이 많았어요. 재밌게 보고, 이 작업이 누구 것인가 하는데 룩북도 미리 봤고, 별도로 비치된 작가들의 레퍼런스를 보았는데도···. 어떤 레퍼런스는 그게 어느 작가의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이름이 안 쓰여 있는 아티스트 북도 있고, 팩 안의 작품은 신작이니 잘 못 알아보겠는 거예요. 제가 백수현 작가를 몰랐다면, 그걸 사는 선택도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룩북에는 굉장히 한정된 문구만 있었는데, 그 장소에 작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시의 맥락 속에서 읽히는 것도 아닌데, 맥락이 다 차단된 상태에서 그 자체가 정말 아름다워서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정말 정말···.

정석: 훌륭한 공예품이 낫죠.

지원: 그 사물 자체가 탁월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런 선택을 내리기에는 애매했어요.

수경: 모르는 작가 작업도 하나 구매하셨다고 들었어요.

지원: 네. 이미지가 이상해서 샀는데, 가격대가 높은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험이 가능했어요. 그런데 행사를 통해서 뭔가 새롭게 발견하고 사게 된다면, 본래 책정한 예산보다 오버되야 미덕이잖아요? 원래 생각이 없었는데 옆에 있는 것도 사고 싶고.

홍식: 그게 아름다운 장면이죠.

지원: 그렇죠. 그게 아름답죠. 저는 보통 예정보다 더 사는 편인데.

윤익: 룰이 가진 한계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갤러리에 가서 작가에 대한 소개, 작업의 맥락을 이해하는 등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작품을 사는 것과 팩에서 작업을 사는 것은 다르잖아요. 저희는 인터페이스값을 확 올려서 최대한 작업 자체의 외관으로 설득하기를 바랐어요. 도록 등 정보 제공을 돕는 자료를 가져다 두기는 했지만, 팩이 치중한 건 그런 포인트예요. 설명을 전부 할 수가 없거든요. 홈페이지라든지 장치가 있긴 하지만 작가들의 맥락을 다 이해하면서 살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익현: 결국 세 행사가 전시인가 판매인가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주최 측에서 어디에 중심을 두었는지, 관객이 이것을 전시로 볼 것인지 판매행사로 볼 것인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것 같아요.

정석: 기획이 조금만 바뀌어도 많이 달라져요.

익현: 네. 맞아요. 저희가 처음 스크랩을 구성할 땐 모르는 것투성이였어요. ‘이런 사진이 팔린 데’라는 소문을 듣고 추정하는 거죠. ‘사진이 팔릴까? 안 팔린다면 에디션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미가 있어?’ 여러 생각을 키워나가면서 스크랩의 형태를 만들어 갔죠. 그런데 중반쯤 오니까 가격 설정하는 것부터 전혀 모르겠는 거예요. 너무 막막한 거죠. 결론 중 하나는, 여기 올 사람들은 10만 원 이상은 절대 쓰지 않을 것이란 거예요. 그러면 이건 판매가 아니라 전시인 거죠. 전시라면, 사람들에게 어떤 감각을 줄지 고민하게 되고요. 하지만 동시에 판매를 가장하는 장치가 있어야 저희가 설정한 것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판매를 하겠다고 기금을 받기도 했고요. 많은 인터페이스를 고안했죠. 패키지라든지 구매 방식 등.
스크랩 1회에는 6천 장에 가까운 사진을 팔았고, 2회엔 8천 장 정도를 팔았어요. 대략 1만 2~3천 장을 유통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과연 이것이 기존의 에디션 시장에 균열을 일으키거나 한 게 있나? 저희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건 전혀 다른 시장이에요. 그들이 우리에게 관심 가질 필요도 없고, 우리도 그들에게 관심 가질 필요가 없어요. 저희가 겨냥한 건 사진을 많이 유통하고, 사진 전시가 흥미롭다 혹은 사진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썸네일 역학을 하는 거로 생각해요. 정말 작품이 갖고 싶다면 갤러리나 작가를 통해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몇몇 관객은 작가의 연락처를 묻기도 했어요. 다른 사이즈의 프린트와 액자를 하고 싶다고. 돈을 더 써서라도요! 최초에는 매년 단위로 스크랩 북을 제작할 생각이었어요. 어떤 히스토리가 보이도록. 하지만 전시에 더 방점을 두니 그게 무의미한 거예요. 관객이 집에 작품을 어떻게 놓을지, 그 집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정석: 전시라고 말했던 것이 그런 의미인가요?

익현: 네. 저희는 전시에 가치를 두는 것이고. 수익은 어느 정도의 피(fee)라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아티스트 피를 주는 것은 아니고, 전체 수익금을 1/n로 쪼개 3일 혹은 5일 동안 전시에 참여하는 사례비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최소 50만 원은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팔린다면 100만 원 정도까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 이상은 넘어설 수 없을 거로 생각해요. 왜냐면 한정된 기간에 판매하니까.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있어요. 각 행사가 고려하는 부분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근데 유지원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작업의 맥락을 더 관리해내려면 사실 갤러리 같은 업무를 할 수밖에 없잖아요? 판매에 수월하도록 작가를 연구해야 하고. 관객의 궁금증에 답을 줄 수 있을 만큼 축적, 설명해야 하니까요. 근데 과연 그것이 굿-즈 이후에 파생된 이들이 할 몫인가, 할 수 있는가? 저는 의문이 들어요.

지원: 근데 전 스크랩은 전혀 다르게 봤어요. 애초에 그런 기대를 하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1회에는 친구랑 가서 각자 10장씩 골랐어요.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아이고 재밌다” 하고, 액자도 사서 사진을 자주 바꿔 넣으면서 즐겼어요. 2회는 제가 너무 빨리 골라서 놀랐어요. 양가적인 것 같은데···한편으론 이 스케일을 한번 해내어 봤기 때문에 잘 고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 스크랩은 내가 뭘 고르냐가 더 중요한 것 같거든요. 여기에 뭐가 출품됐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보다는, 내가 어떤 걸 좋아하더라는 것. 친구랑 가면 ‘얘는 맨날 이런 거 고르더라.’ 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걸 전보다 빨리하게 된 걸 보면서, 조금···이상했어요. 1회에서 고르기 어려웠던 이유는···사진 하나하나가 그냥 이미지였거든요? 근데 2회 때는 스크랩이란 행사 포맷을 다들 알게 됐기 때문에, 본인이 출품하는 사진이 어떻게 보일지 계산하고 나왔다 싶은 사진이 좀 있었어요. 그런 걸 제외하면 남는 게 별로 없거든요. 고를 게 별로 없었어요. 1회 때는 예쁜, 내가 봤을 때 좋은 이미지, 집에 걸고 싶은 이미지를 골랐다면, 이번에는 ‘스크랩  2회’라는 행사를 스크랩한다고 느껴서, ‘올해 요주의 사진’ 같은 식으로 골라서 그냥 박스 채로 갖고 있는? 그렇게 되었어요.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전 스크랩이 2회도 1회와 형식이 거의 같은 게 반가웠거든요. 굳이 다른 행사가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스크랩 1, 2, 3, n회의 파란 티켓이 있었으면 좋겠는···. 그래서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른 행사와는 달랐던 것 같아요.

홍식: 1회 때 웃겼던 점이, 너무 인스타그램인 거예요. 인스타그램 오프라인 버전인 거예요. 그게 재밌었는데, 이번에 갔을 땐, 그게 너무 심한 거예요 ㅎㅎ. 약간 체할 것 같은 인스타그램.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추상적인 소리지만, 내 타임라인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달까?

지원: 아 ㅎㅎ

홍식: 1회 때는 인스타그램인데 내 타임라인은 아니었거든요. 이게 뭔지는 알겠는데, 내가 보던 건 아니었는데. 올해에는 뭔지도 알겠고 다 보던 거고 이러니까. 지원 씨말대로 거르는 게 생기는 거죠. ‘이건 뭔지 알아.’ 그럼 그건 살 거는 아니게 되는 거죠.

익현: 결국 라인업과 디스플레이의 문제 같아요. 우선 디스플레이는 1회에는 데이터 크기순이었어요. 1번부터 1000번까지, 작은 데이터에서 큰 데이터까지 정렬했어요. 첫 회에는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2회에도 데이터 순으로 정렬을 하긴 했거든요? 다만, 지난번엔 가로 순으로 배치를 했다면 이번엔 세로로 했어요. 사실 의미 차이가 없어요. 손쉬운 선택이지만, 많이 고민했어요. 키워드별로 분류가 된다면, 구글 포토나, 알고리즘의 방식이 최첨단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사실 그런 분류 방식이 무척 일반적이잖아요. 찍힌 날짜, 얼굴 등. 그 외에 인간이 만드는 알고리즘이라는 게 가능할까 고민했지만, 찾아내지 못했어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결국 그런 결정을 한 거죠. 앞으로도 결국 라인업을 어떻게 관리해 낼 것인가가 중요하단 걸 알고 있어요. 매체별로 나눠보기도 하고, 연령대별로도 해보고, 성별을 따지기도 하고. 한 해 기획팀에서 관심 있게 봤던 것 혹은, 미술이나 사진계의 흥미로운 이미지를 모아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면? 어떻게 선정하고 구성할 것인지가 중요하죠.

정석: 2회의 문제적 지점은 1회에 이미 내포되어 있던 것 같아요. 안전하고 예쁜 사진이 주류가 된다든가. 그래서 스크랩의 대중적 행사로서의 가능성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한국 사진계와 미술의 스펙트럼을 가시화하는 게 목표라면, 기획적 부분이 빠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지원: 기획에서 작가 선정과 공간 이야길 하셨는데, 각 작가에게 주어지는 디렉션은 말씀하신 조건뿐인가요?

익현: 기획팀 내부에선 물론 각 작가의 특정 지점을 염두에 두고 섭외하죠. 다만 어떻게 해달라 요구하진 않아요. 2017년에 몇몇 작가에게 구체적인 이미지를 요청하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저희는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거기에 맞는 사진을 받습니다.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해석을 답으로 받는 거죠. 여러 가지 매체를 사용하는 다양한 작가를 섭외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과 전혀 다른 결과를 주기도 해요. 그럴 때,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있어요. 뾰족한 기획의 목적으로 섭외한 작가의 결과물이 예상과 달랐을 때 아쉬운 마음이 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크랩을 통해서 사진이 아닌 매체를 쓰던 작가가 사진을 해 봄으로써 본인에게 생길 시간이 있잖아요. 기획팀 내부에서는 그런 점 역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좋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이들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사용, 그 시간을 겪어본다는 건 행사의 처음 목적에 가까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다음 회엔 1부터 100까지 전부 다 기획을 해 봐? 작가별로?

정석: 그걸 누가···할 것이냐는···것이.

홍식: 그러다가 병나요.

익현: 어쨌든 1회엔 행사를 뾰족하게 만들고, 겪어보지 못한 시스템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2회는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낼 것인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더 고민했어요. 그래서 2회에는 행사장에 보험을 들었어요. 계단이 좁고, 사람이 많이 오다 보니. 혹시라도 발생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한 거죠. 만일 문제가 벌어지면 보험이 제일 저렴한 해결책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을 더 신경 썼어요. 쾌적하게 관람하려면 재고 관리가 되어야 하고, 판매량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해요. 예측을 바탕으로 특정 상품을 많이 가져다 놓고 팔 수도 있어야 하는데, 해마다 바뀌는 행사고 날마다 관객도 바뀌니까 예측이 쉽진 않아요. 그래서 기본 확보 수량은 동일하되, 매일 판매 추이에 따라 가산과 감산을 두는 시스템을 홍진훤 씨가 만들었어요. 덕분에 지난 회보다는 마지막 날 품절률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어요. 결국 디스플레이나 기획에서 지나치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 방향으로 행사를 만들다 보니, 데이터 순 정렬처럼 쉬운 장치를 많이 썼어요. 앞으로는 기획에 대해 고려해야 더 가치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기획팀 내부에서 오가는 상태입니다.

 

정석: 처음에는 자판기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다 들었어요.

윤익: 처음엔 벤딩머신?! 굿-즈라는 행사에서 거기 있던 사람들 다 지우면 벤딩머신이라는 개념이잖아요.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무인 시스템이었어요. 사람 냄새 안 나는. 굉장히 서늘하게, 혼자 마음껏 보다가 하나를 골라 가져가는 상상. 일대일의 시간을 만들고,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잖아요. 외부의 영향을 무효화시키는···깨끗하고 차가운 것을 던져놓아야 독립적인 스페이스를 만든다고 생각했던 거죠.

수경: 한 칸에 작품이 하나씩 들어가죠?

윤익: 팩 한 칸에 작품 하나, 40X40cm의 사이즈. 예산의 문제도 있었지만, 작품을 가져갈 때 크기가 그 이상 넘어가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 정도에서 더 커지지 않게 정했어요.

수경: 일단 구매자가 스스로 포장해야 하니까요 ㅎㅎ. 진열장 케이스를 알루미늄으로 한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

윤익: 기물이 하나의 미술관이라고 상상해봤어요. 작품이 들어갈 현대적인 건물이라고 생각했고, 알루미늄이라는 소재가 노출 콘크리트랑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걸어놨을 때 그 주변의 의미나 느낌을 최대한 차단하는 회색에 가까운 것. 또, 빛을 떨어뜨렸을 때, 알루미늄이 아닌 다른 소재일 때는 빛이 반사되어 작업을 보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가볍고요.

정석: 건축가와 함께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윤익: 네. 스튜디오 횽45이라는 팀과 함께했어요. 이번에 사일삼 리모델링도 그 팀이 설계했어요. 진열장의 기본 ㄷ자 형태인 큐브 디자인은 제가 했어요. 큐브가 수평으로 쭉 연결되고, 팩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에디션의 개념과 파생적인 성격을 보여줘요. 그러면서도 각각 독립된 시간, 공간으로 보이도록 하죠. 제 디자인을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전달될지···그런 디테일을 건축 팀이 맡아주신 거죠. 발전된 형태로 완성해주었어요. 가령, 매 행사 때 접었다 펼쳐야 하니, 기물을 조립할 수 있는 조인트 부분을 개발했어요. 사방에서 끼워지는 ㄱ자 알루미늄 조인트입니다. 이걸로 모든 큐브를 다 조립할 수 있어요. 그리고 면과 면 사이가 만나는 부분이 꽉 닫히는 게 아니라 조금 벌어져 그 사이로 빛이 비칠 수 있게 했죠. 진열장이 위압감을 주는 게 아니라, 가볍게 느껴지길 바랐어요. 면과 면 사이의 빛 비침이 반짝반짝하고, 그런 틈이 큐브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을 주는 거죠. 그런 작용을 할 거라고 건축팀이 제안해 주었고, 기획팀도 동의했어요. 케이스와 케이스가 붙는 틈도 조금씩 다 떠 있습니다. 조도에 대한 실험도 많이 했고요.

수경: 말씀하셨던···관람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진열장 자체를 대면하는 순간에 중점을 두신 것 같네요. 우주 같은···무균 상태의 공간을 상상한 듯 들려요.
저는 망원동에서 진행했던 팩 2차에 방문했었는데요. 케이스가 정면에서 보게 되어 있잖아요? 뒷면은 막혀있고. 그게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훔쳐 가는 기분도 들고···.

윤익: 다섯 가지 정도의 조립된 형태를 생각했어요. 첫 번째, 무대륙46에서는 모듈을 세 줄씩 세우고 지그재그 동선을 만들어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했고. 두 번째 장소인 망원동에서는 일렬로 놨어요. 작업을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도록 앞면을 강조했어요. 세 번째 문화비축기지에서는 다 떨어뜨려 삼면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조각이나 입체 작업이 많이 들어갔어요. 세 번의 장소에서, 작품의 미디엄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진열장 배치를 다르게 했죠. 꼭 앞면만을 강조한 건 아니에요.
판매를 위해서는 작품이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환경, 인터페이스로 만드냐에 따라 작품을 어떻게 보게 될지 정해지잖아요. 동시에 인터페이스라는 건 행사 장소, 전시장 환경에 영향받죠. 굿-즈 이후에 전시장 환경에 맞춰 작품을 배치하고 보여주는 게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래서 장소성이나 행사장의 성격, 제약을 한 번에 뛰어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국공립 미술관, 상업갤러리 전시를 통해 느낀 점이기도 하고, 전시를 하기 위해 작품을 보여줄 장소를 찾는데, 제가 원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희박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팩을 기획하는 데에 그런 경험이 중요한 작용을 했죠. ‘현실에서 획득할 수 없다면, 뭔가 이상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적합한 감수성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작품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장소의 요철, 높이, 기둥 등. 만약 작품이 벽에서 떨어져 공간의 가운데에 놓인다면, 환경의 제약을 덜 받게 돼요. 팩의 큐브를 생각했을 때, 벽에 붙어 있지 않고 가운데 놓여있는 상상. 입방체를 만든다는 게 거기서 시작된 거예요.
케이스 높이는 작품 보기에 용이한 높이로 정했습니다. 맨 아래 칸은 지면에서 40cm 정도로 올라와 있고, 거기서부터 작품이 시작돼서 전체 높이 1m 60cm 안에 끝나고요. 그리고 케이스가 아니라 안에 작품이 보여야 하니까 이게 투명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크릴을 4면으로 친 통아크릴 케이스 안에 작품을 두면 안의 물건이 잘 보이지 않는 거예요. 빛이 반사된다든가, 주변 환경 영향을 너무 받았어요. 시중의 많은 케이스가 안에 있는 작품을 보여주기에 온전한 상태라는 판단이 안 되더라고요.

정석: 팩은 일종의 화이트 큐브네요?

윤익: 그렇죠. 작품이 투명하게 보이도록 오히려 불투명한 면을 만들었어요. 아크릴로 ㄷ자 면을 만들어서 가로로는 투명하고, 위, 아래, 뒤 삼면은 막으니 오히려 작품이 잘 보이게 된다는 걸 건축하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았습니다. ‘무조건 투명하게 한다고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투명하지 않은 것이 있어야 비로소 투명해지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아크릴 케이스를 잠그고 열려면, 장치가 달려야 해요. 하지만 관람을 생각하면, 투명한 아크릴을 통해 작품을 봐야 하잖아요.

수경: 시야에 거슬리는 것이 생긴다는 거죠?

윤익: 그렇죠. 관람에 불필요한 요소가 생기는 거예요. 우리 케이스는 보면···우리 케이스래···. 왠지 지금 케이스 팔러 온 기분인데 ㅎㅎ

정석: 기획의 모든 것이 케이스 안에 다 들어가는 거 같네요.

수경: 케이스 자체가 작업인 것 같아요.

익현: 흥미로운 게 팩의 경우는, 관객도 기획자도, 모두 케이스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게 된다는 거예요.

정석: 사진으로 처음 보았을 때, 봉안당(奉安堂)47을 모티브로 했다고 생각했어요. 봉안당의 목표는 고인을 잘 모시는 거잖아요. 어찌 보면 비슷하잖아요. 취미관과도 달라요. 어떤 시간을 형성하려 했다기보단, 자신이 가진 공간적 문제를 예산 안에서 해결하는 전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팩이 나온 거잖아요?

익현: 팩이 작품을 유통하는 방식이라면, 그게 과연···. 팩에서 작품을 사서 자기 집에 놓았을 때의 경험은 완전히 다른 거잖아요. 그런 지점이 조금 의문이고.

윤익: 만일 그렇다면 ‘케이스를 사 가라’는 생각이었죠.

익현: 사전에 선보인 티저에서는 작품을 집에 둔 상황을 보여주는데, 정작 행사에 가면 장이 먼저 들어오는 상황이니까···행사장 공간을 벗어나면 작품이 어떻게 작동할지 상상하기가 어려웠어요.

윤익: 그 공간 안에서 설득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고···.

정석: 전시라고 생각한 걸까요?

윤익: 그렇죠, 전시죠. 근데 저희는 전시와 판매가 붙어있다고 생각했어요. 앞서 말했듯이, 제대로 전시가 되어야 판매가 된다고 이해했고. 극단적으로 제대로 보여줄 방법은 장소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어디서든 자체 발광을 하고···. 실제로 행사장의 조명은 아예 쓰지 않았어요. 공간 내 조명에 따로 돈 쓰지 않고, 팩 기물 안의 빛으로 해결했어요. 어차피 일시적으로 머물렀다 가는데, 거기에 돈을 쓰기 싫은 거예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상황을 이 기물이 자체적으로 다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빛도 동선도. 공간 가운데에 큐브가 있고, 그 앞에는 아무것도 두면 안 돼요. 그렇게 생각하니 작품을 꺼내 갈 수 있는 통로는 결국 뒷면밖에 없게 되는 거죠. 수경 씨가 방문했던 2차, 망원동 팩에서는, 케이스가 일렬로 진열되어 있어서 뒷면으로 들어가 작품을 가져오는 상황을 연출했지만, 세 번째 공간에선 한 케이스 한 케이스 설치되었기 때문에, 뒤로 들어가는 느낌보다는 그냥 잘 꺼내오는 느낌이었어요. 어떻게 연출하냐에 따라, 경험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어쨌든 뒷면으로 문을 여는 건 작품을 최대한 잘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작품 경험에 최상의 상황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공간에 사람이 최대한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수가 20명 내외의 제약이 있었으면 했고, 실제로 인원 관리 시스템이 있었어요. 근데 한 번에 몰린 인원이 30명 이상 넘어간 적은 별로 없었어요. 100명 이상 올 걸 생각하고···줄 설 거로 생각하고, 10명씩 들어가게 하는 걸 생각했었는데, 그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을 못 한 것 같아요. 유지원 씨가 방문했을 때, 공간에 사람이 한두 명 정도만 있고, 6명 작가의 작품 안에서 고를 수 있는 상황은 저희가 의도한 대로였어요. 한 장소에 작가 6명씩 작품 30개 딱. 작품을 하나하나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에게 주어진 예상 플레이 타임이 최대 20분이었어요. 한 사람이 왔을 때, 20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가지게 하자는 설정이었고. 배경 음악도 딱 20분짜리가 있었어요.

정석: 그렇게까지 설정이···.

윤익: 사운드트랙 길이가 20분이에요. 정진화48 씨가 ‹30’s cubes›라는 OST를 만들어 주셨어요. 작품을 구경하고 포장하는 것에 맞춰서 만든 거예요. 플롯이 있어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에 따라 움직이도록 설정했던 거죠.
뒤에서 연다는 게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을지는 몰랐어요. 우리 생각엔, 작품을 ‘직접’ 가져가는 느낌이 든다면 좋을 것 같았어요. 누군가는 서비스를 원할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이 있겠지만, 직접 자물쇠를 열어서 작품을 가져간다는 게 상징적이라 생각했어요. 작품을 구매하면 황금 도금된 열쇠와 자물쇠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게 하나의 이벤트로 작동하는 건데.

지원: 하나하나의 요소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제가 특이하다고 생각한 건 다름 아니라, 작품의 정면에 서면 딱 앞면만 보였잖아요. 뭔가 누르면 ‘탁’하고 내 손에 와야 할 것 같은 상상이 들거든요. 그래서 앞서 벤딩머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익현: 다른 인터페이스를 고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같으면 20~30만 원짜리 작품을 사면서 스스로 꺼내고, 포장할 거 같진 않아요. 백화점을 가도 그렇다는 거죠. 스크랩은 한 장에 5,000원짜리를 파는데도 장갑 끼고, 보험 들고 하는데. 관객이 3만 원을 써도 그게 소중하다는 느낌을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정석: 굉장히 흥미로운 오작동이라고 생각해요. 셀프 포장을 저는 이렇게 이해했어요. 초기의 벤딩머신, 무인화라는 목표에선 알루미늄 캔 속의 음료수처럼 포장은 알아서 되어 있어야 하는데···그 컨셉이 남아있어서 아닐까.

윤익: 맞아요. 어쨌든 포장도 그렇고···우린 거기서 사람 냄새를 아예 없애고 싶었거든요.

지원: 사람 냄새를!

윤익: 개인적으로 사람에 치이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작품을 볼 때, 웹에서 이미지를 보거나 혼자만의 타임라인에서 경험하듯이, 인터페이스가 거슬리는 게 없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이 나오고 좋은 조도가 조성되어 있어서 혼자 한참을 보고 있는 그런 걸 원했어요.

정석: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스타그램 앱의 구현으로 작은 큐브가 있는 거 같아요.

윤익: 우리가 어디 가서 물건을 살 때도, 그 정도의 시각적 경험이나 감각을 제공하는 샵은 없잖아요.

지원: 저는 오히려 샵이 훨씬 잘한다고 생각해요.

윤익: 제가 말하는 건···. 작품을 감상하고 경험하기 좋게. 기존 샵에서 완벽히 한다고 보진 않아요. 찾기 쉽게, 사기 편하게 하지···

익현: 저는 절대 거기에 동의하지 않아요.

지원: 저도 반대!

익현: 철저히 관리되고 있죠. 실제로 백화점을 굴리는 사람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인력과 자본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텐데.

윤익: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물건을 일대일로 볼 때. 그 시각 경험이, 내가 헤드폰을 끼고 있고 모니터에서 이미지를 한 장 보고 있다면, 정말 안락한 곳에서. 그게 최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수경: 모니터 경험에 가깝다는 인상은 받았어요.

윤익: 왜냐면 장소적인 것도 지우고 싶고, 사람도 지우고 싶고. 어쨌든 작품이···.

수경: 무서워!

지원: 그런 기획이 뚜렷하게 있었다면,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이번에 함께 했던 작업이 그런 맥락에 적합한 조합이었을지 궁금해요. 그 라인업이 거기에 최적인지. 저는 구매해서 직접 보기 전에는, 장다해 작가 작업의 전면이 다 포장되어 있는지 몰랐어요49. 앞쪽만 랩 같은 것으로 싼 줄 알았어요. 근데 뒷면까지 다 싸여 있고 심지어 뒷면이 예쁘더라고요. 앞서 말한, 백수현 작가의 작품은 조명 작업이고, 실제 조명으로 쓰라고 만든 거니까 켜볼 수 있었어야 맞는 것 같아요. 아무런 설명 없이 작업을 마주하는 게 판매의 측면에서 봤을 때 큰 효용이 없고, 작업의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봤을 때도 작동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익: 오차가 있었어요. 저희는 인터페이스와 행사 전체를 설계하는 역할이니, 작품이 보이는 환경을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작가들에게도 설명했어요. 이 케이스 안에서의 작품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다른 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작품 설치도 가이드라인만 준다면 우리가 알아서 설치하겠다고. 아무런 고민을 안 해도 된다고.

정석: 하지만 케이스의 실물이 나온 시점이 좀 늦었다고 들었어요. 참여 작가가 작품이 설치될 케이스 공간을 미리 볼 수 있었다면, 그 공간에 딱 맞출 수도 있었을 텐데. 약간 어려웠을 거 같아요.

윤익: 인터페이스를 잘 이용해서 케이스 40x40cm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실현한 경우도 있어요. 문이삭 작가의 ‹B101›(2017)을 예로 들 수 있어요. 한 조각의 안과 밖을 분리하여 쌍으로 제작했고, 하루는 안쪽 면, 하루는 바깥 면에 해당하는 작품을 디스플레이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마치 쇼핑물 사이트에서 클릭하며 상품 이미지를 넘겨보듯이, 클릭 한 번을 하루로 대응하여 생각한 것이죠. 한 케이스의 매일 하루하루가 스크린숏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한 거예요. 장다해 작가도 잘 이해하고 했는데, 처음엔 조각 작업으로 진행하다가 결과적으로는 조각을 압축해서 회화에 가깝게 한 것이었어요. 작가마다 생각이 있죠. 작가에게 어디까지 디렉션을 주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사전에 인터페이스에 대해 제대로 보여주고, 공간 샘플 사진 같은 것도 보여줬어요. 그 안에서 작가의 자유도가 있는 거예요. 협력 큐레이터도 2명이 있었어요. 담당 큐레이터가 각 5명의 작가를 관리하고, 기획팀에서 7명의 작가를 관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은 작가가 만드는 것이잖아요. 저희가 얘기할 수 있는 건, 한 케이스당 하나의 작품만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과 가격대 정도. 작업의 원전에 기인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에 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한 것 같아요.

 

순우:취미관은 판매에 방점을 두고 준비한 행사에요. 작가를 섭외하고, 만다라케 혹은 렌탈 케이스 뷰를 만들 것, 다양한 작가의 작품으로 유리장을 가득 채우는 방향이라는 요청을 했어요.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전시 효과는 담보될 거로 생각했어요. 우리가 더 개입할지 말지의 차이이지 전시의 측면은 당장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했고, 판매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특히 굿-즈의 경험을 반성하면서 준비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굿-즈때 충동구매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었어요. 충동구매 자체가 당연히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데 굿-즈때 참여작가분들이 대부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이 많았고, 그래서 많은 관객분은 대부분의 참여작가들 작업을 그곳에서 처음 보게 되었어요. 굿-즈라는 행사가 단순히 관람만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구매를 해야 재미있는 행사라, 관객분들이 즐겁게 기꺼이 처음보는 작가들의 작업을 사며 행사를 즐기셨던 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때 관객은 작가들의 작업맥락이나 의미들을 알아보기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어요. 그러다 보니 즐겁게 행사를 즐기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이런 종이 쪼가리, 돌멩이들을 왜 샀지?” 하는 일들이 생기게 된단 말이죠. 그렇게 되면 그 작업은 그분의 방구석 어딘가에, 최악의 경우에는 쓰레기통으로도 가겠죠. 이런 결말은 작품을 산 관객분들에게나 작가들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 일이 최대한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작가와 작업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도 있는 긴 시간을 담보해주면, 관객이 한번 구경하고 돌아가서 처음 보았던 작업이라도 계속 생각이 나고 알아보고 그제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이 취미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작업의 소비 패턴이에요. 작품을 보고 난 후 자꾸 생각이 난다면 다시 방문하여 사는 것. 그게 좋은 미술 작품 소비, 향유의 케이스라고 생각했어요.

수경: 행사 기간이 긴 게 그런 이유군요.

순우: 맞아요. 한 달 정도. 충동구매 말고 생각해보고, 알아볼 수 있는 만큼 알아보라는 의도도 있었죠.

지원: 실제로, 제 친구는 먼저는 보기만 하고 돌아갔다가 다음에 다시 가서 샀어요.

순우: 그런 분들 올 때마다 너무 좋았어요. ‘아, 저분 또 왔구나.’ 두 번째 오는 사람은 발걸음이 달라요. 확신에 찬 발걸음. 너무 기쁘더라고요.

지원: “이거 주세요!”

순우:작업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계속 고민 중이긴 한데, 30여 명의 작가의 천 점이 넘는 작업을 설명할 자료를 만족스럽게 준비하기에,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 대안으로 작가분들이 소장하고 계신 도록이나 포트폴리오를 비치했어요.

정석: 그건 굿-즈 때도 좀 어려운 문제였어요. 실제 인력이 필요했던 부분이고요. 그래서 웹에 올린 작가 인터뷰도 모든 작가를 다룰 수 없으니 경력이 적은 작가를 최우선으로 했죠.

순우:취미관의 경우 일본 서브컬쳐를 차용해 행사 진행을 하잖아요. 그것과 미술이 결정적으로 다른 게 이거예요. 서브컬쳐는 TV나 인터넷에서 콘텐츠 생산, 소비와 교육이 엄청나게 돼요. 좋아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빨아들여서, 교육이 잘 된 상태로 ‘아, 나는 이게 너무 좋아’하며 구매하러 가요. 그런데 미술은, 작가의 작업 맥락을 교육받을 인프라가 부족하고 관객들도 그걸 어디서 얻어야 할지 몰라서, 그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그게 결정적 차이더라고요. 정홍식 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미술 오타쿠인 관객이 있기는 있을 텐데,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행사 진행하면서 느끼기도 했어요. 소비자뿐 아니라 관객의 풀도 중요하고, 비평의 풀도 중요하죠. 그 모두가 부족한 상황에서 취미가가 하려는 것은,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 현재 서울에는 없다시피 한 방법, 작업을 사적 공간에서 향유하는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하나의 문화가 생겨나려면 어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그건 도저히 취미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한 문화가 만들어질 때까지 취미가가 남아있을 수 있을까, 또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들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어요. 일단 취미가는 남아 있는 시간 동안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는데 기여를 해보고 싶어요. 이런저런 고민이 많습니다.

 

 

홍식: 제가 지금부터 말하는 부분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순수 예술’과 ‘서브컬쳐’ 사이의 낙차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생공간이나 굿-즈, «던전(Dungeons)50»(CC101, 공간사일삼, 개방회로, 200/20. 2015)도 그랬고, 그런 이름들···. 서브컬쳐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었고, 그만큼 낙차가 없어졌단 것이죠. 그러니 ‘이게 덕아트51다.’ 이렇게 부르는 것이 좀. 작가가 오타쿠거나 작업이 오타쿠적인 뭔가를 사용하는 게 작업의 ‘몸’이 아닌데, ‘덕아트’같은 용어를 쓰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그 경우 관객 입장에서는, ‘아, 난 이런 건 잘 몰라.’ 이렇게 되어버리거든요. 그건 하이아트와 서브컬쳐 사이에 낙차가 있을 때나 말이 되는 이야기예요. 그렇게 따지면, ‘아, 난 미술 잘 몰라.’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은 문제잖아요. 다음으로 넘어갈 수가 없게 돼요. 행사들이 기획이나 홍보 단계에서 그런 것에 방점이 찍히면 안 좋을 것 같아요. 한 예로, 굿-즈를 할 때, ‘서코가 모티브다’라고 밝히지 않았잖아요.

정석: 굿-즈는 «E3»나 «원더페스티벌»을 모티브로 했다고 행사 내 토크 프로그램 등에서 밝혔긴 했죠.52

수경: 미술이 소위 서브컬처라 불리는 것보다 상위, 메타시점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중요한 것 같아요. 비슷한 예로 교역소의 «상태참조(Status check)53»(2014)의 경우, 연극이나 영화 등의 타 장르를 ‘이것을 미술로도 볼 수 있다’하는 그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조로 바라봤던 게 아니었어요. 다원 예술과도 달랐어요. «상태참조»에 모인 사람들은 연극-연극인도 있고, 음악-음악인도 있어서, 사실 막상 갔을 때는 내가 전혀 관심 없는 걸 보게 될 수 있을지언정, 거기서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에서, 이상한 지점이 발생했다는 게 중요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석: 서브컬쳐를 이야기할 때, 덕후 토크를 하고 싶은 건 아니고, ‘내가 ‘팝아트’를 하겠어!’ 하는 시대도 아니잖아요. 돈선필 작가의 개인전54과 취미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돈선필 씨는 취미가 운영자 중 한 명이고, 그의 개인전의 요소 중 하나는 모든 것을 피규어로 볼 수 있지 않냐는 거였잖아요. 컴퓨터도 피규어고, 책장도. 생산-유통-소비의 인터페이스를 돌아볼 때 모든 게 일종의 피규어라는 거죠. 그런 시점이 만다라케라는 행사를 참조로 거는 취미관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무척 궁금했어요. 만다라케라는 형식은 그 자체가 마치 정글 같으면서도 역사가 굉장히 층층이 쌓여있고, 이 요소를 파다가 저걸 파는 것으로 자연스레 옮겨갈 수 있는 선들의 연속이란 걸 보여주는 배치잖아요. 그래서 그런 지점에서의 무언가가 돈선필 작가가 운영진으로 있는 취미관에서 어떻게 변형될지를 기대했어요. 취미관이 판매가 중점이라고 말할 수는 있으나, 그런다고 해서 온전히 상점에 물건사러 가는 기분으로 가지는 않을 거예요.

홍식: 전 그런 게 아쉬워요. 보통 한국에서 어떤 미술 행사를 할 때, 순수미술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포맷을 시도한 경우에도, 때때로 서브컬쳐에는 이미 있는 포맷이란 걸 느껴요. 그쪽이 먼저라고 느껴져요. 그렇다면 아예 그걸 거침없이 벤치마킹해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미 낙차가 없으니까요. 히비 오스케(日比翁助)55라고, 근대 일본의 경영자이자 대중문화 활동가가 있어요. 미쓰코시 백화점을 경영하면서, 백화점에 (하이)아트 갤러리를 만드는 시도를 해요.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설정된 백화점 위에 (하이)아트를 붙여서, 백화점의 위상을 격상시키려고 했다고 생각해요. 위에 있는 걸 아래에 붙여서. 그렇지만 현재 우린 낙차가 없으니, 막 가져다 써도 되는 거잖아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건, 이러한 상황 해석에 대한 의견은 모두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작품을 생산하거나 전시 및 행사를 기획하는 입장에선 저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기는 하죠. 아까 스크랩을 카드 게임 샵처럼 느꼈다고 했잖아요. 저는 이번 행사에서 ‘ㅇㅇ의 스크랩56‘이 없어진 게 무척 아쉬웠어요.

익현: 그건 아주 현실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그걸 하려면, 운영자 중 누군가는 마지막 검수 단계에서 사진을 사는 이가 누군지 기억해둬야 해요. 많이 알려진 사람이, 어떤 리스트의 사진을 구매해 가는지를 확인하고 있어야 해요. 기획팀 인원이 줄면서, 현실적 요건에 의해 사라졌어요.

홍식: 네, 그렇군요. 어쨌든 5장이고 10장이고 채워서 사야 하잖아요. 카드게임 덱(Deck)57 짜는 거랑 비슷하죠. 한 덱이 30장이라면, 내가 20장만 쓰고 싶어도 무조건 30장을 채워야 하는 거잖아요. 그것처럼 스크랩에서도 한 장만 사고 싶다 해도 그럴 수 없으니, 1회에서 ‘ㅇㅇ의 스크랩’이라고 제시되어 있던 것이 제겐 메타 덱 같았어요. 짜여 있는 덱, 다른 이의 메타58를 볼 수 있는 덱 같았던 거에요. 스크랩에서의 경험은 입장료만 내고 구매는 안 할 거라고 마음먹고 들어갈지언정, 그래도 ‘내가 열 장을 산다면 뭘 고를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게임에서 덱 짤 때도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른데, 그런 경험을 스크랩에서도 해요. 내가 어떤 성향인지 보는 게 재밌는 부분이죠.

 

수경: 저는 팩에 ‘팩’이라는 그 장을 보러 간 거였어요. 홍보 사진으로 볼 때 생김새가 엄청 강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확인하러 간 것 같아요. 가서의 경험이 ‘하려고 한 것이 그저 좀 잘 안 되었다’는 감상이었다면, 다음에 알아서 잘하든지 아니든지 하겠지 생각하고 말았을 텐데. 그 진열장 경험이 어떤 면으로 참 강력했어요. 앞선 대화를 통해, 벤딩머신이라는 초안이 있었다든지, 작품과 관객이 일대일로 만나는 경험 등을 그리신 것을 알게 되었네요. 완벽히 잘 되어 있는 전시 공간을 만나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걸 압축해서 만들어낸 후에 그곳에서 전시를 하겠다는 의지를 물질로 구현해서 보여주는 것이 제게는 위악적 선언처럼 생각되었어요. ‘나의 현실은 이렇다’고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행사장에서 운영자와 이야기해보니, 거기엔 또 잘 팔렸으면 하는 의도도 있고, 작품 설명이 그래도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레퍼런스를 두는 등 여러 가지 방향성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방향성을 정리하면서 계속 진행해 나가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해요.

정석: 뭔가 어설펐다기보단 극단적이라고 생각해요.

수경: 문제적이라 느낀 것은,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전시를 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을 때, 가상의 공간을 사용하는···. 모니터 안이나 팩 안에서 전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이 이어지는 것에 불길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걸 팩까지 보고 비로소 느낄 수 있었어요. 세 행사를 돌아봤는데, 이 행사들이 인스타그램을 상상하네? 유리관 안을 상상하네? 이것이 우연히 겹친 게 아니라,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단서들이라고 느꼈어요.

윤익: 취미관에서도 유리장을 사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신기했거든요. 어떤 감성에서 공감이?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나? 굿-즈에도 지하 1층에 유리 진열장이 있었잖아요. 그때는 케이스 안의 물건이 조명을 제대로 못 받아서, 피부에 균열이 간 것 같은 탁한 느낌이 있었어요. 실제로 케이스 안에 있던 작품은 잘 안 팔렸고, 밖의 작품에 사람들이 더 시선을 주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유리 케이스에 대한 생각을 연장했고, 갇힌 공간을 상정했을까? 취미가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어요. 팩은 안락한 우리만의 공간을 원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수경: 어떤 쾌적함을 상상한 것에 가깝죠.

정석: 우리만의 공간!

수경: 세상이 다 망해도! 내 공간은!

지원: 거의 세이프 하우스에 가까운 것 같아요.

홍식: 저희가 정신과 시간의 방을 했을 때, 처음에는 다 하얀색이었거든요. 심지어 바닥까지 흰색으로 칠했어요.

지원: 여기도 극단적이다.

홍식: 왜 그랬는지, 생각이 비슷해요. ‘공간이랑 싸우지 말자.’ 근데 그렇게 몇 개월 운영을 하니까 또, 그거랑 싸우고 있는 거예요.

윤익: 그 하얀색과.

홍식: 네. 그게 너무 힘이 든 거예요.

정석: 하얀색이 정말 중성, 중립은 아닌 거죠.

홍식: 저희가 생각한 건 그거였어요. ‘우린 폐허 싫다. 화이트 큐브 하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수경: 정시방이 무슨 화이트 큐브야.

홍식: 그냥 하얀 폐허가 된 거죠. 폐허인데 하얀색이니 더 이상한 거지. 그래서 도저히 안 되어서, 견딜 수가 없어서 다시 칠을 한 거예요. 팩의 이야기를 듣다가 계속 이 생각이 드는 게, 그때 느낀 것이, 공간을 정제하면 정제할수록, 공간이랑 싸우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윤익: 저희는 공간을 소유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그걸 만든 거에요. 공간을 안 갖고 있어도 그게 있으면 되고, 접어두면 40x40cm에 18m 정도면 다 수납되니까.

홍식: 작가들에게 제안할 때, 공간이 40x40cm이고 완전히 중립적 큐브이니 다른 조건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거야말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공간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명도 정해져 있고. 그거랑 싸우지 않고 거기에 최적화된 뭔가를 보여주기엔 장이 너무 멋있어요.

정석: 장을 팔아야 하죠.

윤익: 작품을 사는 사람 중에 집에 어떻게 놓을지 모르겠는 이가 있다면 케이스를 팔아야죠. 케이스 가격을 물어본 사람이 있었어요. 50만 원이라고 했어요.

지원: 집이 엄청 좋아야 할 텐데.

홍식: 비싸요.

정석: 오류로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는, 열쇠를 받았으면 방을 줘야 할 거 같은데 열쇠, 자물쇠랑 내용물만 준다는 게?

수경: 앞서 이야기했지만, 열쇠를 잠깐 획득한 도둑이 된 것 같아요.

윤익: 자물쇠, 열쇠를 획득할 수 있는 선물로 제공하려고 한 것인데, 전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갔네요. 게임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룰을 짜다 보니 게임 이야기가 나왔어요.

수경: 아까 ‘플레이 타임’이란 말도 하셨었죠.

윤익: 네. 일단 환경을 만드니까, 게임이라면, 이걸 연다면 이 캐릭터에게 자물쇠가 하나.

수경: 게임이면 포장 안 하고 내 스토리지로 쏙 들어오겠죠.

윤익: 어쨌든 그런 시나리오가 있었어요. 자물쇠를 갖는 것이 상징적으로 작품을 산 사람의 인증인 거죠. 그래서 자물쇠도 도금, 세공하고. 제작가도 비싸요.

익현: 그게, 나는 개발을 할 때의 입장과 사용자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수경: 어찌 보면 작업하듯이 접근한 것 같아요. 이게 뭔지를 본인도 다 해놓고 나중에야 알게 되는.

익현: 그래도 기금 타서 하는 일이고, 일정 성과가 항상 필요한데. 시도일지라도. 사용자 경험을 좀 더 예측하거나 그랬으면 어땠을까.

윤익: 나름대로 그걸 예측해서 하긴 하는 건데.

지원: 넘어갈 수가 없어!

익현: 아니 아니, 그러니까 이를테면, 장, 자물쇠···. 그런 디테일이 정말 중요한 것이었을까? 팩이라는 걸 굴리는 데에 있어서.

윤익: 우린 그걸 만들고 엄청 좋아하고 있었는데.

익현: 윤익 씨는 정제된 환경에서 관람했다고 생각하지만, 1차 무대륙 때, 잠깐 방문했을 때 정제되어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정석: 불을 끈다고 정제가 된다기보단, 어둡고 무서워지는 것일지도 몰라요. 디스토피아적일지도?

수경: «더 로드(The Road)»59라니까. 콜라···.

익현: 팩이나 취미관은 물리적 형태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하고, 거기서 많은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것이 사용자가 제대로 플레이 할 수 있는 걸까.

지원: 사용자 경험이라는 게 진짜 사소한 차이에요. 정말 하나만 달랐어도. 인상이 달랐을 것 같아요. 팩이라는 이름처럼 하나의 박스에 예쁘게 포장해준다던가. 좋은 옷이나 향수 살 때 아름답게 포장해주듯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면? 그런 느낌이라면 완전히 달랐을 것 같아요.

익현: 포장 전문가가 해주는 것이 오히려 쾌적한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원: 맞아요!

윤익: 행사장에 기획과는 안 어울리지만, 포장 도우미가 있었어요.

익현: 딱히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윤익: 사전에 포장 연습은 했죠. 기본적으로는 각자 포장을 하지만 요청하면 해 주는 것인데, 실제론 요청을 몇 명 안 했어요.

지원: 첫 번째 관객이었던 저의 경우, “저쪽에 가서 포장하시면 됩니다”라고 해서, 스스로 포장을 하러 가긴 했는데, 제가 당황한 상태가 지속이 돼서 도움을 요청했고, 도와주시기 시작했어요. 근데 테이프는 안 뜯기고, 난리가 난 거죠.

익현: 디테일하게 신경 쓴 것들이 오히려 사용자 경험을 좀 막지 않았나 싶네요.

정석: 근데 작품으로서는, 팩이란 사물이 작품이라면, 완성도 있는 작품처럼 느껴지긴 해요.

지원: 맞아요.

정석: 팩이 작품이라면···일종의 의도적 위악인가? 소비자에게 살짝 불쾌한 경험을 주려고 한 거 아니었을까? ‘네가 보는 인스타그램은 뒷면이 없어, 너는 이걸 사서 뒷면을 봤니?’ 이런 식인가 했죠. ‘네가 인스타그램의 뒷면을 통해 작품을 꺼내고, 스스로 포장을 해야 집에 돌아갈 수 있단 걸 알았니?’ 하는 식의 농담이라던가.

익현: 그런 의도는 아닐 거라 생각해요.

홍식: 근데 오히려, 극단적이려면, 아예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약간 삐걱거리는 거 같아요.

수경: 저도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정말 무인 시스템이라든지.

홍식: 관객이 어떤 경험을 할 것이라는 게 시나리오처럼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요. 근데 그게 작동을 안 해요. 그게 문제에요. 그래서 아예 극단적으로, 반드시 시나리오가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짜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익현: 스크랩 기획팀이 작년에 하려던 것 중에, 에어비앤비를 빌려서 그 안에 작품이 설치되고, 특정한 시간이 되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그런 걸 하려고 했어요. 물론 작품을 파는 거죠, 그 안에서.

수경: 그냥 살게요. 제발!

지원: 내가 돈을 쓰겠다는데 왜···돈 다 모아놨다는데 왜 그런···.

정석: 저는 어릴 적에 동인지를 팔았던 경험이 있어요. 주로 안 팔리는 오리지널 창작지였어요. 안 팔리면 보통 속상해요. 근데 또 참여하게 되는 건, 다른 사람은 어떤 식으로 파는지 보고 싶거든요. 왜 어떤 사람은 더 잘 팔았는가, 많이 판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얼까를 스스로 학습하게 돼요. 그게 마켓의 즐거움이죠. 상호 참조가 생기고, 전략을 수정하고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온-오프라인에 걸쳐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표지를 흑백에서 컬러로 바꾸면 어떻게 다른가? 망원동 팩에서 남미혜 작가의 월광문반을 사러 사람들이 줄 선 걸 보았을 때60, 만약 내가 팩 2018에 참여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봤어요. 저라면 작품을 좀 더 공예적으로 가야 할 지를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업만 생각한다는 게 보통 작가의 모습 같지만, 행사라는 건 그 자체로 생명력이 있고, 맥락이 있거든요. 각 행사의 기획이 참여자에 작용하는 결과로 인해, 향후 회를 거듭하다보면 행사의 기획이 기획자 눈에는 보이지 않게 참여자 차원에서도 조금씩 바뀌어 나갈 거 같아요. 그걸 통해 ‘이게 내가 기획한 바인가, 잘 된 건가?’를 점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중간에 우리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정석: ‘왜 우리가 유리 진열장을 통해 작품을 보고, 팔기로 하기 시작했을까?’ 그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우리라는 말이 이상하죠. 제가 기획팀 한 건 아니니···그저 구경꾼이었을 뿐이고. 그런데 굿-즈 2주기로 모이니까. 그런 식의 연결이 있다고 생각하며 말하는 거예요. 유리장 경험, 인스타그램 경험 같은 걸 왜 전시장에서 해야 할까? 물질적 인터페이스로. 피아☆방과후가 이 세 팀을 불러야 했던 이유는···그러니까 팀이 세 개가 되었을 때, 이야기 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는 사각형이에요. 어떤 사각형을 규정해서 작품 천 개를 일괄 넣는다는 행위, 유리관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렌탈케이스에 작품을 넣는다든가, 팩을 만들어서 넣는다든가. 공통점이라 할 법한 요소를 가진 행사가 세 가지 생겨나면서 어떤 형식처럼···비슷한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형식이나 방법론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금쯤 함께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이쯤 누군가 스크랩의 우수한 자동화 경험을 라이센스처럼 인수해서 진행해도 되는 걸까? 그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사실 엄밀히, 살 필요도 없어요. 무슨 특허 받은 것도 아니고, 판매 행사니까. 그냥 비슷한 걸 만들면 돼요.

익현: 맞아요.

수경: 가령, 색을 빨간색으로 해서 ‘스크랩북’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거죠.

정석: ‘나의 예쁜 스크랩북!’ 이런 슬로건의 행사가 나온다던가. 코엑스에서 열리고 대박 나서, 신문에 난다고 생각해봐요.

윤익: 있을 법한 시나리온데?

정석: 그러니까요. 만약 그렇게 되면, 미술계에서 뭐라고 지적해봐야 그게 무슨 산업저작권도 아니고, 또 진짜 산업은 아니었으니까. 뺏길 수도 있죠. 그러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세 행사의 의미가 무엇이었나, 굿-즈 이후에. 그걸 돌아보기에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 아닐까 싶어요.

수경: 세 행사를 돌아볼 때, 무엇보다도 작가가 직접 공간에서 작품을 판매했던 점이 굿-즈와 달라졌어요. 자동화에 최적화된 룰을 만들었잖아요. 파일을 보내고, 유리로 공간을 만들고. 그때, 자동화가 갖는 의미는 뭘까요. 룰을 만들어내는 건 신생공간 시절의 주요 특징이라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게임적 룰의 발생. 우리가 신생공간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신생공간이 기존의 공간보다 돈을 더 주거나 해서가 아니었어요. 그때 중요했던 건 돈이 없으면 차라리 구조를 바꾸고, 전시 공간이나 조건을 변형해서, ‘너를 심사하지 않고 기회를 줄 게.’ 하는 식의 공간이 발생한 거죠. 대체로 아티스트런이기 때문에, 작업도 하면서 공간을 유지해야 한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었고요. 그걸 해내기 위해 또 룰과 계정이 나왔고. 그런 특징이 세 행사가 열린 2016~17년 와서는 더 도드라져 보여요. 판매 행사 공간에 참여 작가가 없으니, 룰에 의해 돌아가고. 어떤 제약이 설정되었는지가 도드라지죠. 이때 참여 작가의 경험에 대해서 기획하는 측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정석: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부분은 모든 장사에 동일하게 적용돼요. 무인 주유소든 맥도날드 키오스크든 생겨날 수 있어요. 특허 없으면 훔쳐 가기도 딱 좋죠. 따라서 사회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와 유사하게, 작품의 하향 평준화도 걱정돼요. 신생공간을 지나고, 정말로 아트딜러가 되기로 작심한 사람은 없잖아요? 정말로 상업갤러리를 차려서 정면돌파 하려던 것도, 진짜 아트페어를 만들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요. 08년부터 한동안 아트 시장도 공적 지원도 같이 줄었죠. 기금에 의존적이던 대안공간의 대안이 일종의 신자유주의 미술 소비재를 생산하는 등용문 꼴이 되었고. 심지어 그 테마파크의 입장권은 우리에게 없다는 사실. 문이 닫혔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빚을 지고 대학을 졸업한 후, 대안공간에서 50만 원을 받고 전시해서 마이너스 낼 바에, 똑같은 예산으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곳에서 50만 원을 들여서 스스로 한다. 그런 생각으로 반지하에서 전시를 했어요. 제게 반지하가 심사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간을 내주는 일은 방치가 아니라 동 세대의 고민을 반영한 특정한 룰로 느껴졌어요. 따라서 반지하 입장에선 업무가 감소하면서도 윤리적인 지지도 얻은 거예요. 이상한 상황이죠. 신생공간은 사실상, 게임적 룰을 구성해서, 참여자인 작가, 기획자, 관객 등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드는 법에 대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언뜻 보기엔 팩의 큐브, 스크랩의 파일과 출력의 규격, 취미관의 유리관도 유사한 맥락을 가지고 있어요. 모두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큰 행사를 만들기 위해 생겨난 형식이 있죠. 혹은 국가 기금으로 지원받은 스타트업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4명이 시작한 기업이 어느새 삼성 같은 대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삼성에 인수되느냐 마느냐가 더 현실적이죠. 세 행사가 전시와 판매의 회색지대에서 성장하려 하듯, 스타트업도 법망이 쫓을 수 없는 회색지대에서, 제도가 방안을 마련하기 전에 충분히 성장해야 해요. 우버에 대한 택시노조 반발이 가시화되기 이전에, 애플리케이션이 일상에 퍼져야만 하는 거죠. 특정 문제를 수평으로 다루기보단 수직적으로 다루는 게 좋은 스타트업의 예시죠. 이런 점도 닮았어요.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회색지대를 마련할 기금을 주고 정착하는 시장을 만들기를 바라지만, 운영자의 인건비나 판매 수수료 문제는 해결해주지 않아요. 화랑협회의 눈치가 보이니, 운영 주체가 돈을 벌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거겠죠. 시장질서를 저해한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61을 파훼할 생각은 없어 보여요. 각 행사의 운영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윤리적인 지점과 효율화를 동시에 저울질하는데, 이게 아주 일시적이고 아슬아슬한 상태에요. 출구전략이 없으면, 무척 비윤리적인 기업처럼 될 수 있잖아요. 자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를 그대로 안고 신생공간 이후의 흐름이 시작되었는데, 결국 봉안함을 닮은 아크릴 큐브, 유리관, A4용지로 귀결된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불길해요.

수경: 위험하죠. 다음 세대에게 대안공간과 신생공간은 모두 경험이 아니라 학습된 공간이니까요.

정석: ‘여기서는 왜 이것밖에 못 해줘?’라고 생각할 수 있단 걸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홍식: 정시방 같은 경우에는 그 멤버들만 공간에서 전시했잖아요. 그게 약간 그 부분이 걸려서였어요. 다른 이가 우리 공간에서 전시한다면,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기금을 받은 상황도 아니었으니까요. 오는 작가를 가리지 않고 기회를 준다고 생각을 해도 어차피 시간은 한정적이고요. 모든 신생공간이 작가를 고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그러면 어찌 됐건, 어떤 도의적 차원의 문제가 발생 안 할 수는 없죠. 돈 문제가 특히 중요하겠고요.

정석: 가령, 팩에서 기획자 리사익과 윤율리, 추성아가 각각 참여 작가를 추천했다62고 하면, 전 누가 누구를 추천했을지 머릿속에서 대부분 그려지거든요. 취미관도 마찬가지예요. 스크랩처럼 100명이나 되는 라인업을 해마다 겹치지 않게 채운다는 목표가 있는 것과는 달라요. 흔히들 가장 먼저 하는 비판이 이런 거잖아요. ‘끼리끼리 뭐 하는 거야?’ 하는. 라인업을 문제 삼기 시작하죠. 내부적인 기획 의도를 언제든 말할 수는 있어요. 이런 기획이고, 이에 최대한 부응할 수 있는, 잘할만한 작가를 뽑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는 대답이 있겠지만, 그게 그런 비판에 대한 답이 되지는 못해요. 진짜로 이유를 물은 것이 아니라, 라인업을 볼 때 그런 게 눈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생각할 테니까. 기획의 출구가 보이니까. 굿-즈는 인건비가 과도하게 무시되었기에 다시 재현될 수 없었어요. 물질과 비물질은 디자인을 무료로 하기로 했고, 다행히 그 부분은 나중에 챙겨 주었지만, 괄호와 김동희 작가의 설치팀은 정말 무료로 공사를 했어요. 행사 기간엔 기획팀이 무보수로 풀타임 지킴이 알바를 했고요. 수많은 인원이 참석해 12시간을 넘겼던 회의하며. 행사가 끝난 후 인스턴트 루프63의 경우, 사전 회의에서 합의한 바와 다르게 자신이 추천한 참여 작가에게 후원이란 이름으로 판매금의 일부를 받았다고 들었죠. 기획팀 입장에선 서로 동의한 바와 다르니 기가 막히는 일이지만, 인스턴트 루프 입장에선 예경에 무슨 요구를 할 게 아니면, 그렇게 해서라도 행정 실무를 한 인턴의 비용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말할 거에요. ‘너희는 뭔데 참고 있니?’라고 말하는 거죠.

수경: 너희가 뭘 몰라서 그런다고.

정석: 예경에게 돈을 받아서 예경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아래로 세계가 축소되는 거죠. 예경은 국가 예산으로 일종의 아웃소싱을 하는 거잖아요. 저는 저희가 활동하기 바로 직전의, 작가이면서 시민 주체로 작동했던 협업미술가들이 떠올라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작년 취미관이 계획 단계에서 수수료 30%를 제안했는데, 후에 10%만 허용된다는 예경 측의 통보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허망한 기분이 들었어요.

익현: 스크랩도 고민이 많아요. 2회째 했고, 이젠 행사를 굴리려면 대강 얼마만큼의 돈과 시간이 필요한 지 너무 잘 알고. 근데 그 돈이 나오는 건 뻔한, 한정적인 기금이란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계속 걱정하게 돼요. 물론, 스크랩 2회를 마치고, 다른 기관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도 있어요. 사실, 1회 이후에도 여러 기관에서 제안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고, 안 했어요. 행사가 굉장히 기형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기획팀이 일은 다 하지만, 판매 수수료를 뗄 수 없고. 기금으로 굉장히 큰 액수를 받는데,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채로, 뭔가를 만들면서 고사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해요.

정석: 우리가 얻을 수 있는게 상징자본이나 인맥, 예측 못 한 상황. 예를 들면, 상상도 못 한 관객을 맞이한 굿-즈 같은 것. 상상외의 주목. 그런 정도죠. 이 회색 지대에서 이상한 아크로바틱을 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사업의 실행 주체인 기관 직원들이라고 이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익현: 맞아요. 그래서인지···스크랩을 문화예술 지원시스템에서 어떻게 분리해낼 수 있을지를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좋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끊기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정책이 바뀌어서 그냥 사업이 없어지면? 그러니 최소한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저희도 더 생각해야겠죠. 언제까지고 기금으로 ‘뭔가 즐겁게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살 순 없잖아요. 실제가 되려면 정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해야 하는 거고.

윤익: 팩을 계획할 때도, 그 부분에 대해서 당연히 따라오는 생각이 있었어요. 우리가 언제까지 계속 이 짓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기금을 받아서 그렇게 한 거고.

정석: 나중에도 남는 기물을 만들겠다.

윤익: 그렇죠. 돈을 받아서 뭐를 한번 제작한다면, 일회용이 아니라 계속 쓸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느냐. 공간을 가질 수는 없으니, 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서 쓰게 되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팩 진열장을 만드는 데에 기금의 반을 털어 넣은 거죠. 사실 기금의 반을 거기에 털어버리면, 나머지는 다 갈아 넣어서 하는 거예요. 내가 디자인도 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서. 다만 이번에 이걸 만들었으니 내년에는 예산이 ⅓ 정도라도 가능하니까. 팩 F/W 2017에 든 예산이 4천만 원이었는데, 이제 기물이 있으니 얼마 정도면 된다는 계산이 딱 나오니까. 그 정도의 예산을 얻으면 되는 거고.

익현: 그럼 만약에 기물이 낡아가면 어떻게 하나요?

윤익: 기물이 낡으면 보수할 수 있는데, 그 보수비는 얼마 안 들어요. 처음엔 일단, 건축가 인건비가 왕창 나가고, 제작하는 게 돈이 크니까요. 한 번에 만들 때야 많이 들어가지만, 유리, 아크릴 등은 하나 만드는 데 사실 몇만 원이면 가능해요. 알루미늄 같은 경우도 빠우 맡기면 유지 보수를 할 수 있고. 케이스가 팔리게 된다면, 또 새로 제작할 수 있으니까.

정석: 협업 미술가들이 등장할 때를 보면,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가 개인이 아니라, 개인이면서도 같이, 협업으로 해나가야 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겨나잖아요. 그건 이 도시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해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 부동산이라는 버블 등. 복합적인 삶의 문제가 던져진 거죠. 그 안에서 어떻게 작가 주체를 조각할까의 고민에서 협업 미술가가 탄생한 것 같아요. 신생공간이 처한 문제를 가시화하는 게임의 장이 굿-즈가 된 것도 사실이죠. 창작환경, 생활공간, 미술 공간 모든 게 부족하고, 수직, 수평은 물리적이든 개념적이든 맞지 않죠. 도시 속 게임에서 우리가 경계를 설정하고 있으니, 유리관, 팩, A4 용지 같은 형식을 볼 때 어떤 해결책이라기보단 재현에 가깝게도 느껴져요. 그런 재현이 ‘전시’라는 기분을 들게 해주고요. 그런데 몇 년 후에 누군가가 ‘저 팩 땜질 자국 싫은데?’ 하면서 시도 자체를 가치 절하한 후, 그냥 팩 같은 다른 걸 만든다면, 그때 우리는 대안공간 세대가 2008년 이후에 느낀 감정을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수경: 그래서 저는 각 행사에서 더욱더 참여작가의 경험이란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와서 보고, 사느냐의 문제도 있지만···씬이 더 커지거나 풍부해지는 게 아니라, 예산 따라서 1년 단위의 사업 중 하나로만 돌아가면 의미가 없어요. 언제고 끝날 수 있죠. 일련의 행사를 통해, 새로운 작업이나 생각을 해낼 수 있다면···그런 것이 이어져 가는 게 작은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것이 자동화되어있다는 것이, 행사가 작가에게 높은 자유도를 준 것이라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작가한테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은 없어요. 어떤 한계 안에서 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는 게 아니에요. ‘A4용지에 담으세요.’ 이런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식의 한계를 설정하는 기획이 있을 수는 있는데, 그에 대한 유의미한 토론 없이, 큰 한계는 이건데 이 안에서만 하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식으로 룰이 그냥 떨어진 것처럼 느껴질 때는, 사실 시도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요.

홍식: 그런 면에선 저는, 작품을 판매하는 형식을 띤 전시. 그걸 넘는 기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석: 이것들이 지속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자신이 아니라도, 누군가가 이게 가진 한계를 명확히 보고 그 맥락을 편집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 우리가 대화를 해보면 좋을 거 같았어요.

수경: 이 행사들에 참여할 때, 작가들이 이런 조건에서 이렇게 하고 참여해봤는데, 그게 나한텐 이러저러한 경험이었다. 그러니 이제 이걸 해봐야겠다 이렇게 되면 좋은데, ‘나는 그 행사 잘 모르겠는데, 작품 내라니까 냈어.’ 이렇게 되면 어떤 작용이 안 되는 거죠.

정석: 그 순간에는 위탁운영이 가능해지죠.

윤익: 저희도 플랫폼이나 공간이 생산성을 잃어버린다면 죽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판매만을 위한다고 생각되면 미술, 예술을 하는 생산성이란 걸 잃어버리게 되고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팩에 협력 큐레이터를 두었어요. 그에 맞는 비용을 주고. 플랫폼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게 있어야 해요. 미술이라는 걸 둘러싸고, 다 같이 일하고 좋은 걸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일삼 운영하면서부터 경험한 일이에요. 미술엔 사실 작가뿐 아니라 많은 다른 주체들이 있고, 이들이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죠. 그런데 작가가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사실 그게 잘 안 되고 균형이 잘 맞지 않는 상태죠. 팩을 설계할 때,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좋은 경험을 만들고, 작가들이 이걸 통해서 새로운 작업의 경험이나 다음 방향성, 아이디어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팩 에디션’ 시리즈64라는 작업 방식을 작가들에게 이야기한 계기였어요.

정석: 그런 방향성의 디테일이 전반적으로 윤리적이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다양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오늘 대화가 선의지를 확인해서 욕먹지 않을 권리를 주고 말고의 대화가 아니기도 하고요. 운영 차원에서 정당한 비용이 책정되는 건 좋고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확장할지가 어렵고요.

수경: 소쇼룸65같은 공간이 오히려 일반 대중과의 만남을 효율적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것 같아요. 소쇼룸이 가령, 카페에서 하는 전시가 아니라 전시장이 카페처럼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직장인이 퇴근 후에 와서 자연스럽게 쉬고 관람하는 일이 늘어나고 실제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걸 보면, 미술 쇼룸이라는 형태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해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죠.

정석: 신생공간에서 실제로 아트 딜러는 탄생하지 않은 게 우리가 돌아봐야 하는 포인트 중 하나 아닐까요? 예경이 수수료 요율에 민감한 건, 시민들의 집합이란 차원에서 취미관이나 화랑협회나 비슷하기 때문이겠죠. 기계적 민주주의요. 그런 논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공론화를 하진 않죠. 피하고 싶은 건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때 운영자들의 출구전략이 궁금해지죠. 교역소가 코믹에 참가했다가 규정을 어겼다고 쫓겨났지만66 저는 그게 좋았어요. 정말로 회색지대를 실험한 거니까. 누가 책임지지는 않지만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공간이 잠깐 열렸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이걸 다시 돌아보는 이유는, 다들 알고 있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잊어버린 걸까 궁금하기 때문이에요. 어떤 때는 몸으로 느끼고 행동했는데···. 굿-즈 회의에 20~30명이 모여서 할 때, 논쟁이 아무리 길어져도 잘 운영해서 끝까지 합의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그걸 위해서 진행한 내부용 온라인 설문 등이 왜 중요한지 동의했던 게 기억나요. 행사는 운이 좋게도 안-밖으로 그런 태도가 유지된 채 마무리되었어요. 작은 룰이 구성될 때도 우리가 사는 삶의 조건이라는, 큰 차원의 문제로부터 소급되었다는 감각이 몸에 남아있었으니까 그럴 수 있었을 거예요.

익현: 2015년, 2016년 뭔가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했잖아요. 관성으로 굴릴 수 있었다면, 충분히 많은 걸 관성으로 굴렸을 거예요.

윤익: 사전 미팅 후에, 심혜린67 작가와 밤늦게까지 대화를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때라는 점에 공감이 갔어요. 왜냐하면, 사일삼이 작년에 기금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거든요. 지금까진 독립적으로 운영해 왔는데, 공간으로 지원금을 처음 받아서, 돈이 수혈된 거죠. 그렇게 된 첫해예요. 사일삼에서 전시하는 작가들에게 적지만 40만 원씩 비용을 주고, 포스터도 만들어주고. 그 외 원래 하던 것 다 하면서 일 년을 보냈어요. 그러고 나서, 과연 우리에게 뭐가 남았는가,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할 때가 왔다는 걸. 그런 생각을 할 틈 없이 팩이 끝나고, 진짜 쓰러져 있다가, 사전미팅에서 수경, 정석 씨 만나 이야기하다가 확 오는 거예요. 내년에 이 기금 똑같이 뜰 거고, 그럼 또 받아내려 할 텐데. 2월부터 기금이 풀리면 3월부터든 그 후든 받게 되고. 그러면 공간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때가 온 거예요. 독립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였는데. 국가에서 지원을 받으니까, 국가 지원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가 되는 거죠. 그럼 이 돈을 어떻게 쓸 거냐? 일단 우리 인건비를 받게 되죠. 이번 기금은 공간 운영자 인건비가 책정돼요.

수경: 월급이 나온다고 들었어요.

윤익: 처음에 계획 단계에서, 이 기금 이야기할 때, 운영자 인건비를 책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는데 결국 인건비가 나왔어요. 근데 내가 주장했고, 나한테 월급 주는데 기분이 이상한 거야.

지원: 잘하셨네요.

윤익: 1년에 6백만 원. 6개월 지원이니까. 1년 지원이라고 해봐야, 1,200만 원이 나한테 오고 끝인 거예요.

지원: 많지도 않아, 그 와중에.

윤익: 그래도 틈틈이 다른 일도 해서 보충하니까. 공간 운영하는데, 생활이 안정권에 들어가게 되죠. 그러다 보니, 입장이 뭔가 달라지는 거예요. 느낌도 다르고. 그래서 정석 씨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너무 쉽게 기회가 오는 걸 받고, 쓱 넘어간 부분이 있진 않았을까. 우리가 뭘 놓치고 있었을까 생각하는데,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말씀하신 걸 전부 이해하진 못했지만, 팩을 기획할 때도, 우리가 생각하는 재밌는 걸 하고 싶었는데, 어딘가는 조금 안일하게 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일삼 2018년 작가 라인업에도 그런 게 있을 수도 있고.

정석: 저는 우리 세대가 순환 자재를 양산하기 위한 게임적 룰을 만들고, 내부적으로는 더 어린 세대의 노동력을 착취하다가 고사 상태까지 간 다음, 그 상징자본으로 어딘가 큰 곳의 일을 맡는, 화전민식 성장 모델이 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제 생각엔 한국의 제도는 대체로 그런 성장 모델을 꿈꾸는데. 한국의 미래주의가 가진 본질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어떻게 현재의 생존을 넘어, 씬을 정말로 넓힐 수 있을까요. 다음 젊은 세대의 미술관 진입을 최저 비용으로 앞장설 사람은 누구일까요? 경각심이 들어요. 불태워 만든 상징자본이 크기나 하면 다행이겠죠. 어디 좋은 곳으로 가긴커녕 용달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기도 해요.

윤익: 기금이나 이런 걸 운용할 수밖에 없는, 어떤 현실이 있잖아요. 그게 어려운 부분이에요. 기획을 생각할 때, 어떤 것을 해볼까 했을 때, 기금이 확보되는 가능성. 거기에 기회가 있으니까. 그걸 토대로 생각을 확장하도록, 그런 가능성으로 기금이 있어요. 원래 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자연스레 기금이 저기에 있고. ‘좋아! 잘됐어.’ 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반대로 기금이 있길래 그에 맞춰서 생각을 확장하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수경: 기금을 타지 말자는 취지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정석: 맞아요. 어떤 경각심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어떤 주체가 필요할까란 생각을 해요. 저는 화랑협회처럼 협회가 되자는 게 아니에요. 다만 다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진짜 생존의 차원이죠.

 

 

순우: 마무리가 애매한 것 같은데···다 같이 이야기하다가, 물론 추후 편집을 거치기로 했지만, 마지막에 정석 씨가 훈계하는 느낌으로 끝날 것 같아서. 가볍게 이야기하다가 깊은 이야기가 확 등장해버려서···.

수경: 사실 제가 불길함을 느낀 건 어찌 보면 작은 부분이에요. ‘어? 나한테 없는 것을 가상의 공간에서 해결하려고 하네? 어떤 제약, 룰을 만들어서 해결하려고 하네? 근데 이게 진짜 해결책은 아닌데.’ 이게 원래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기금에 의해서 만들어진 건가 하는 윤익 씨의 의문처럼. 내가 어떤 주체인지를 점검할 때, 그런 지점들이 내 생각의 스케일을 너무 작게 만들어놨다는 걸 느낍니다. 그건 비단 이 행사들뿐만 아니라, 지금 보는 많은 작품에서 ‘이 작업은 생각의 스케일이 너무 작다, 자기가 바라보는 모니터뿐이구나’란 걸 종종 느끼고 있다는 거죠.

익현: 그런 문제의식을 이 세 행사에 비추어 말하기에는, 점프가 조금 심하지 않나 싶어요.

정석: 저에게는 이 세 행사가 분명한 계기였던 게 사실이에요. 기금 받는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게임의 룰을 구성한다 말했을 때···.

익현: 그 지점을 저도 이해했고, 받아들이고 있고요. 하지만 스크랩으로만 이야기하자면, 그 룰 자체가 비윤리적이거나 이상한 형태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석: 아, 저는 더 스크랩이 아주 성공적인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건 확실히 하고 싶어요. 누구를 비난하거나 책임 소재를 따지자고 이 행사에 참여한 게 아니에요.

익현: 그 말도 알겠고.

정석: 대화가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면, 누군가 이걸 보고 자기의 고민으로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수경: 저 역시, 이 행사들이 만든 룰이 ‘비윤리적’이지 않고, 어떤 면에서 윤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정석: 이쪽에선 윤리적인데, 전반적으로 다 봤을 때, 그게 100% 그러냐는 말은 말이 안 돼요. 100%는 없고 제한적 상황에서 최대한의 뭔가를 뽑기 위해서 게임의 룰이 발생하는 거잖아요?

윤익: 그렇죠.

정석: ‘예산도 관객도 내 시간도 제한적이야. 100명의 작가를 내가 다 연락할 수 없으니 3명은 더 있어야겠어.’ 그런 행정적 차원의 이야기에서부터 좀 더 기획에 가까운 부분까지, 모두가 일종의 룰이란 말이죠. 근데 우리가 그런 걸 구성할 때의 시야를 생각하면, 우리가 게임의 외부 시야를 잠시 닫고···행사 끝나고 생각하자고 잠깐 닫고 있는지, 그걸 눈 뜬 상태에서 알면서도 고통스러워하면서, 내년에는 나아질 거란 의지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우리가 어떤 주체로 게임을 형성해서 실행하는지에 대해 일종의 공론화를 하자는 거지, 세 행사가 책임자라고 생각하고 질의응답으로 판단하려는 건 아니에요. 여러분이 하고 있던 활동을 지지해왔으니까.

수경: 이 이야기가 우리들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라면 가장 좋겠다는 생각에서 대화를 하자고 했어요.

윤익: ‘실제로 이런 지원으로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 어떻게 할 거냐.’ 그런 이야기를 각자 안에서 다 하고 있잖아요. 이 기금에 대한 문제. 행사를 만드는 것의 불안정함이라는 문제. 아마 다들 느끼고 있을 거고,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한다는 방법은 사실 하나도 없거든요. 아직 없어. 다음 회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다들 행사를 했을 거고. 그래서 어떤 식의 행사 결이 생겼을 거고.

정석: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자리도 필요하겠네요. 제안이지만.

수경: 이 대화가 공개되고, 같은 문제의식이 있는 곳이 있다면 함께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걸 작게나마 기대해보기도 하고요. 사실 기댈 수 있는 건 가능성뿐이죠.

정석: 우리가 겪는 문제가 우리 문제이기도, 이 도시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

홍식: 그런 생각도 해요. 저는 졸업하고 2년 후, 공간을 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는데, 현재 학부를 다니거나 이제 졸업하는 작가들이 주변에 많아요. 그 친구들이 가끔 저에게 물어봐요.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런데 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저희는 공간 운영을 시작할 때, 시립 미술관 전시 참여68 같은 것까지 내다본 것은 당연히 아니었어요. 저희는 작가로서 준비가 안 되었으니까, ‘준비를 하자!’ 하고 시작했는데, 그렇게 된 거라서요. 저한테 물어보면, 예를 들어, 스크랩, 취미가, 팩 등을 포함해서, “전시를 많이 가서 봐.” 그 정도밖에 할 말이 없어요. 웃기죠. 저도 그래요. 다 저랑 비슷한 나이대인데, 이제 데뷔하는 작가들한테 우리 세대가 하는 일을 보라는 식으로밖에 할 말이 없거든요.

윤익: 사일삼에도 2017년 내내 90년대생들 전시했어요.

수경: 재학 중이거나 곧 졸업하는 분들이 많이 주는 질문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개인전을 할 수 있어요?’, ‘ 어떻게 하면 공모를 딸 수 있어요?’, ‘일단 공간을 차리는 게 나을까요?’ 그러한 질문을 접할 때 불안해요. 눈앞의 생존에만 허덕여서는 멀리 보기가 어려워요. 어차피 우리는 그 생존전략을 취해도 얻을 수 있는 돈이란 게 거의 0원에 가깝고. 그걸 안 해서 잃을 돈도 0원인데 말이죠. 겁에 질려있다는 게 불길하다고 느꼈어요.

정석: 제게 작년의 가장 충격적인 질문은 ‘절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개인전을 어떻게 할 수 있나요?’였어요. 그런 걸 묻는 메일이 왔어요.

익현: 그거 무슨 토크69한다고 돌린 설문이죠? 그거 저한테도 왔어요. 

순우: 아, 그 메일···.

정석: 전 처음엔 놀리는 줄 알고 좀 화가 났어요. 당연히 아니었지만.

지원: 설문이요? 모두한테 묻는 식의?

정석: ‘본인의 첫 개인전의 결론으로 +와 – 중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그 결과에 당도한 원인이 무엇이었나요?’, ‘어떤 공모전에 선정되었나요?’, ‘돈은 어디다 썼나요?’ 이런 질문이에요. 들어보니 행사는 졸업 직후의 미술인들이 현장 경험이 없기에 얻기 어려운 정보를 취합, 공유하는 목표로 진행되었다고 해요. 

수경: 홍식 씨가 말씀하신 ‘어떻게 해?’라는 질문 앞에서 답은 ‘나도 모르겠어.’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한테 많은 사람이 작업하면 어떻게 힘드냐, 이렇게 힘드냐 저렇게 힘드냐 물어보면, “힘들다, 네가 가진 환상을 좀 깨야 할 거다.”라고 얘기해요. 근데 그다음에 오는 말이 “그럼 하지 말까요?” 라면···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대답은 하지만. 내가 어떻게 알아!

지원: 작년에 희한한 경험을 많이 했는데요. 저는 사실, 꾸준히 뭔가 하고 있긴 했지만 15년에는 거의 뭘 모르는 상황이었고 조금씩 부딪히면서, 작년에 처음으로 기획전을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돈이 진짜 어떻게 쓰이고, 어떤 데서 에러가 나고, 내가 어떤 부분을 잘 못 한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 계속 겪는 중이었어요. 심지어 작년에 기획전을 사비로 했어요. 쓸 수 있는 기금이 없어서. 기금이 정말 필요한데, 왜 제도적으로 제한을 걸어 놓는 것일까, 왜 자신의 이름을 건 기획을 몇 회 이상 해야만 서류를 통과시켜주는가? 작년에야 직접 겪으면서, 작가들이 테스트베드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걸 느끼게 되었죠. 경력이 없으니 지원을 받아서 뭘 해봐야 하는데, 경력이 없으니 제도권의 신뢰를 얻을 수 없어서 지원을 못 받는. 한 번의 전시를 사비로 커버하긴 했지만 이건 분명 제도에 빈칸이 있는 거니까 개선할 방법을 차근차근 고민하는 중이에요. 그런데 올해 이미 졸전에서 연락이 꽤 왔어요. ‘토크를 해달라, 평가를 해달라. 글을 써달라.’

정석: 이제 활동한 지 1~2년 되었는데.

지원: 초청해준 학생들 마음은 이해가 가고 응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옐로우 펜 클럽(YELLOW PEN CLUB)70’ 관련해서도 섭외가 꽤 많았어요. 저희가 원래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글을 생산하고 출판하는 일이었어요. 그걸 제대로 하려면 생태계를 더 예민하게 파악하고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가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각자가 필자로서 어떤 걸 쓰고 싶은지를 테스트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플랫폼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한번 해보자, 하고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중이에요. 이제 2년쯤밖에 안 했는데, 많은 섭외가 들어왔고, 그중 많은 부분 거절했어요. 대부분 이게 우리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디지털 비평가가 되었든, 뭐라고 하든, ‘너희 인터넷에서 글 쓰잖아. 그래서 기분이 어떤지?’ 정도의 감상을 듣고 싶은 사람들.

수경: 그게 무슨 소리지ㅎㅎ

지원: 본래 온라인 출판이나 출판 전반에 대한 생각이 있었던 사람이면 말도 안 해요. ‘너희 온라인 플랫폼 하잖아? 그게 뭐야?’ 이런 접근. 전체 생태계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너희 요즘에 이상한 이름으로 글 쓴다며? 그거에 대해서 좀 알려줘.’ 더 절망스러울 때는, 오히려 저랑 비슷한 또래나 같이 뭐를 해야 할 법한 사람들이 그럴 때 절망감이 커요. 엇비슷하게 같이 가는 것 같다가 갑자기 나를 소비하려 하는. 서로의 다음 스텝을 모색하고 제도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기보다, 굉장히 짧은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타로 치고 넘어가는 행사를 자꾸 기획하고 거기에 끌어들이려고 하거나. 우리가 이걸 멀리 보고 시작한 거라고 말을 해도···. 우리가 앞으론 뭐를 하고 싶은지, 그게 그렇게 흥미롭다고 생각되진 않는가 봐요. 그런 상황들.

정석: 익현 씨가 공감하지 못하는 게, 체감상 스크랩의 성공이 동력으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스크랩과 다른 행사의 차이를 이렇게 생각도 하는데요. 사진 매체가 주라는 거예요. 모두가 인스타그램을 하는 시대에, 모두가 사진가인 양할 때, ‘사진이란 매체는 무엇인가?’ 그런 토크 많이 하잖아요. 막상 토크에 가면 뚜렷하게 어떤 규정을 하지는 않지만요. 7% 정도가 굿-즈의 사진가 포션이었다고 치면, 사진계가 가진 전문성에 비교해 비주류적 지위라면, 그런 노력과 열정과 힘듦, 끈끈함을 이해하는 인물들이 사진계의 모습 아닐까 상상돼요. 작품이 5,000원에 팔려도, 맥락 없이 다른 작품들 옆에 놓여도 괜찮은 이유는 ‘사진’과 ‘사진계’가 주되게 드러나는 행사라는, ‘사진을 사고파는 경험’이라는 대의가 전면에 드러나는 행사이기 때문일 것 같아요.

익현: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정석: 비물질이 된 사진을 이용해 만든 기획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지금 여기라는 공간 운영으로 이런 행사를 성립할 수 있게 했고요. 다른 행사에 비해 동력이 소진되는 속도가 다르다는 생각을 해요. 참여자의 신뢰, 동의가 더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행사에요. 당장 너무 깊은 이야기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 들으니, 혹시 그런 안정성 때문에 제 이야기가 너무 ‘깊다’고 오해하는 건 아닌지 반대로 묻고 싶어요. 이건 전혀 깊지도 가볍지도 않은 이야기거든요. 서울 시민으로 보는 시점에 가까우니까. 냉소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솔직한 기록을 만들고 싶어요.

익현: 제가 느끼기엔 굿-즈의 경험을 통해 파생된 세 모델을 통해서 정석 씨나 수경 씨가 가진 문제의식을 붙이기엔 진행이 매끄럽지 않은 거 같아요. 끝으로 갈수록 정석 씨 주장이 더 많이 드러나고. 저희가 해 온 이야기, 그 전의 활동 여러 가지가 정석 씨 논리가 완결되기 위해서,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

정석: 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이 대화를 없던 일로 해도 좋아요.

익현: 저는 항상 설명하는 일이 중요해요. 사전미팅할 때도 여러 번 말했지만, 작년, 재작년에 했던 많은 일을 다시 생각하고 있고, 특히 스크랩이나 여러 가지 기금을 받아 돌리는 행위, 작가 개인으로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야기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자리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너무 지나치게 빠른 거 아닌가요.

정석: 세 행사 운영자만큼이나 제 분량이 많다고 느끼셨다면, 사실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이 토크의 진행자 역할이 아니에요. 이수경이 기획, 모더레이터를 맡고 저는 패널로 참여한 거라···제가 할 말이 있겠다 싶어서 참여했어요. 이론을 완성하려던 게 아니고요. 밖에서 생각한 바를 패널로서 말하기 위해 정리해 오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았네요. 그렇게밖에 할 말이 없네요.

익현: 지난 대화에서도 그렇고, 충분히 고민 중이신 것 같아요. 그렇지만 결국 글은 남는 거고, 그렇게 봤을 때 지나치게 빠른 전개 혹은 결론까지 가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석: 결론까지 내고 있지는 않잖아요. 저는 결론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뭔가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동료로서 제안하고 싶은 거예요. 고민해보자고.

익현: 네.

정석: 너희들의 행사는 여기까지였다는 평가가 아니에요. 사실, 평가할 거면 누구를 부를 필요 없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걸 하고 싶지 않았어요. 세 행사를 통해 볼 때, 우리 모두가 아직도 회색지대에 있고, 그 안에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스스로 돌아보고 싶었어요. 이 회색지대의 윤리성은 어떤 순간에는 쓱 하고 한방에 사라지기도 하는 무언가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홍태림 씨가 ‘공장미술제’ 작품을 뒤집어 걸어달라고 했을 때71, 누군가 정말 거꾸로 걸진 않았지만, 그 행사가 지지받지 못할 행사가 된 건 분명하죠. 저는 신생공간이 가진 어떤 윤리성이 사라지고 게임적 룰만 남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룰만을 가지고 노는 어떤 것이 새롭기라도 한 거냐 하면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수경: 세 행사를 평가하고 장단점을 논하는 연말 연초 결산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오해되는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없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익현: 결산 자리면 저는 안 나왔을 거예요. 그런 거 재미도 없고 작년에 많이 했고, 할 필요도 없고, 사실.

정석: 누가 모든 걸 다 보고 다닌 것도 아니고요.

수경: 저는 신생공간이 뭐였는지 약간 흐려진 부분이 있었어요. 이후에 서브컬쳐, 게임, 포스트-인터넷 아트 등으로 이야기되면서, 스스로도 흐려져 버린 부분이 있었어요. 2017년을 지나면서, 되돌아보면서, ‘아, 우리가 이런 이유에서 룰을 만들기 시작했지.’ 라던가 다시 생각했던 게 있어요. 동시에 올해 세 행사를 보았고요. 행사마다 각각 다르지만, 보면서 이것들이 의도대로 100%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느꼈고. 어떤 경우는 좀 위태로워 보였고요. 막연하지만 같이 이야기를 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같이 이야기를 할 사람이 나 정도면 적당하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신생공간 시즌에 같이 여러 번 일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자리를 만들면 적당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신생공간이라는 단어, 굿-즈. 이후에 여러 행사가, 흐려진 부분을 다시 짚어야 한다면, 스스로가 대화를 통해 자각해내는 게 제일 좋은 모양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러분과 같이 대화하고 싶었어요. 전시 후기 전하듯 좋았어, 나빴어 하는 거 말고.

순우: 네.

정석: 이렇게라도 자리가 없으면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요. 오래전부터 바랬던 자리고.

익현: 그럼요.

정석: 다른 측면에서 말해볼게요. 국가 기관이 정말 큰 예산을 80년대 중반생에게 준 거예요. 나름 앞에 세운 거예요. ‘잘 모르지만, 너희에게 맡겨 볼게.’ 하는 식의 태도. 카카오 택시가 왜 성공했나 생각하면, 기사 입장에선 일이 쉽게 들어오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쓸데없이 길에서 시간 안 버리고 목적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우버는 결제도 직접 하지 않죠. 평점제도가 있으니 기사들이 좀 더 친절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정말 효율적이고 윤리적인 제도가 되죠. 국가보다 더 진보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고요. 한때 큰 IT기업들,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더 윤리적, 효율적인 미래의 비전으로 여겨졌어요. 지금은 감시사회의 완성이 됐고요. 쉬이 건드릴 수 없는 괴물이 되었잖아요. 게임의 룰을 구성할 때, 효율성, 윤리성이 동시에 달성된다고 느낄 때도, 여전히 회색지대에 있어요. 제가 이 세 행사에서 이런 대화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 80년대 중반 세대에서 발생한 가장 큰 세 가지 행사였잖아요. 가장 큰 게임이었어요. 그런 차원에서 세 분의 경험과 대화가 중요하고요. 전시와 판매의 회색지대에서 열린 이 행사들은 많은 주목을 받았고. 주목의 정도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사는 미술 잡지의 맨 끝자리에, 이색 행사 소개 코너로 가겠죠. 진지한 전시 리뷰 코너로 가지는 않는 행사에요. 그래서 이걸 다루고 싶었던 거지, 제 이론을 완성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 저도 이수경에게 초대받은 한 명이고요.

순우: 제가 느끼기엔 이 전에 정석 씨 부분이 길어서 정석 씨가 훈계하는 것처럼 될 것 같이 느껴져요. 바깥에서 지켜보는 문제의식으로 정석 씨가 고민하고, 대화를 통해 뭔가를 완성하는 느낌인데요. 노력이 많아 보이지만, 저희는 행사 완성을 위해 정신없이 몰입만 하다가, 뭔가 반성하긴 하는데, 왔다 갔다 하고 생각이 틈틈이 끊기는 와중에, 정석 씨가 말하는 시점을 취득한 게 해봐야 얼마 전 사전미팅에서 했거나 혹은 제대로 못 했거나. 막연히 느끼긴 했었더라도요. 대충 어딘가 일단 던져놓았던 상태가 너무 길었어요.

윤익: 그래서 어제 사전미팅하고서 저는 잠이 안 왔어요. 잠을 못 자겠더라고. 새벽까지···

순우: 그래서 이 대화가 의미가 있으려면, 정석 씨가 본 시점과 비슷한 걸 저희가 어느 정도 동기화하고 그 후 대화도 되어야 하는데. 우리 자신의 경험과 방금 들은 것이 왔다 갔다 하고, 자꾸 뭔가 넘쳐버리고. 이렇게 대화가 뒤로 더 이어져야만 더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정석: 그러면 후속 대화해요.

익현: 좋아요.

홍식: 정석 씨가 방금 말씀하신 그런 그림이 그려지려면, 대안공간부터 지금까지의 미술이 머리에 있어야 해요. 근데 그게 모두에게 다 있지 않잖아요. 아시잖아요. 물론 저는 그런 게 다 들어있어야 좋은 작가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정석: 어찌 보면 그런 것과 크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죠. 당연히.

홍식: 네. 관련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런 사람들이 볼 때는, 솔직히 말하면, 대안공간과 신생공간이 뭐가 다른지 전혀 구별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와선.

지원: 당연히.

홍식: 당장 굿-즈를 했을 때나, 몇 년 전 신생공간이 막···. 그때 우리가 하는 것들을 지금 대학교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봤으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 봤으면, 좀 다르게 느꼈을지도 몰라요. 뭐가 너무 많아서 2주마다 한 번씩 재밌었던 그 짧은 시공을 전혀 못 본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를 보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봐야 해요. 이건 세 분한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도 포함이에요. 어쨌든 이 세대 안에 있는, 작업하는 사람이니까. 그거를 계속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지금 이미 우리가 ‘근과거’가 되는 역사에 포함된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그걸 몰라?’라고 우리가 그들에게 말하면, 내 과거를 모르냐는 폭력적인 말이 되어 버릴 수도 있어요. ‘너 나를 모른다고?’ 이런 거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거예요. 지금 학부를 졸업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작가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럼 ‘작업을 많이 보라’, 그러면 ‘무슨 전시를 봐야 해?’ 하면 제가 무슨 전시를 얘기하겠어요. 그럴 때, 스크랩, 취미관, 팩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수경: 신생공간 이후, 전시공간이 많이 없어지고 나서, 새롭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판매행사 겸 전시라는 곳에서 데뷔하는 일이 생기고 있어요. 그건 굉장히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해요.

정석: 뭘 만들었든 제도화는 돌이킬 수가 없어요.

홍식: 수경 씨가 말씀하신 걸 거칠게 말하면, 등용문이 된 것 같아요.

익현: 뭔지는 너무 잘 알고 있어요. 특히, 올해 관객으로 온, 사진을 전공하거나 유학 중인 분들이 제 얼굴이나 진훤 씨 얼굴을 알아보고, 이곳에서 전시하고 싶다고···행사 중간에 갑자기 손을 잡더니 차를 한잔 대접하고 싶다고. 그런 식의 접근이 오니까···. 그럴 때마다 확 깨고 정신을 차리게 되는 거죠. 정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상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거지?’

지원: 아···.

익현: ‘내가 또 누군가를 판단하고 벌써 이런 자리에···그리고 그걸 내가 만든 건가.’

정석: 뭔가 자신을 재 조각해야 할 때가 왔다는 걸 느끼잖아요. 그 차원에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일이 진행되는 중간에는 잘 되길 바랄 뿐이지 무슨 말을 하겠어요. 당장 도울 거 아니면.

홍식: 2014~16년을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가령, 현재 학부생이고, 향후 작업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 시청각, 커먼센터72는 모르는데 취미관은 안다, 거기에 나오는 작가는 다 안다고 쳐요. 작업을 하고 싶고, 전시하고 싶은 데가 저기뿐인···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이제는. 저를 포함해서 우리 세대가 이미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익현: 맞아요.

정석: 뭐를 조심하냐고 자문해보면 ‘행동을 똑바로 해라.’ 이런 느낌은 또 아니고.

홍식: 솔직히 작가나 기획자가 모든 점에서 도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기보단, 너무 어려워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다음 세대의 좋은 작가들이 이미 등장하고 있고, 그들이 우릴 보는 시각이 있어요. 그러므로 중요한 건 어떻게 보이느냐예요. 실제로 내가 얼마만큼 도의적인 부분을 신경 쓰느냐? 물론 중요하죠. 내 가치관이 어떠냐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가 이를 어떻게 느끼는가.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리적으로 보여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전시든 행사든 제대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참여한 작가든 기획자든 윤리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사실 저는 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석: 참여작가 경험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소비자 체험 같은 이야기로 오해될까 봐 걱정되지만···. 제가 작가로 전시에 초청을 받을 때를 상상해보면, 한국에서 참여하는 전시는 대체로 필요한 예산이 한참 모자라요. 제게 마이너스가 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선택의 기준은 전시나 사람을 지지하느냐 마느냐예요. 그런 차원에서 100명의 작가를 부른다고 할 때, 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물론, 스크랩은 100명의 소득이 1/n이 되면서, 모두의 축제 같은 상황이 되기는 하지만, 지금 소득의 분배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80명의 굿-즈든 100명의 스크랩이든, 그만큼의 지지로 행사가 열린다는 자각이 몸에 남아 있느냐인 것 같아요. 또한 그런 자각을 말과 행동으로 표명하는 일은 중요한 것 같아요.

익현: 그럼요.

정석: 저는 이게 ‘늘 있는’, ‘으레 있는’ 그런 행사와는 다른 것 같아요. 행사가 충분히 부응했든 안 했든, 작가와 관객, 심지어 기금 차원에서도, 어떤 지지에서 생겨나는 행사라고 생각해요. 한편 ‘저렴한 공예품에 대한 소비 욕구가 높아지는 사이에, 미술이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네요.

홍식: 맨 처음에 공간이 되었든 행사가 되었든, 작가 혹은 기획자로서 우리가 스스로 활동하던 시즌,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들 하시잖아요.

윤익: 생각하죠.

홍식: 학부생이나 대학원에 이제 들어가는 이들과 대화하곤 하는데, 다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리스트를 보면 딱 알아요. 이 작가를 왜 고른 것인지. 물론 복잡한 내부 사정도 있겠지만요. 예전에는 그래도 됐는데, 지금은 그러면 안 되게 된 부분도 있어요. 예전에는 특정 인물과 전시할 때, 분명 ‘친분’이 있어서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실제 그렇든 아니든 간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보이는’ 걸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획자 입장이라면, 내가 아는 작가 중 좋은 작가와 계속 일하는 건데, 그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왜인지 다른 사람 입장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석: 같은 사람들이 계속 다시 해 나갈 때, 전시 기획이 납득할만하거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할 것처럼 느껴져요. 그렇지 않으면 끼리끼리 노는 것처럼 지루하게 보이게 될 것 같아요. 한편으론 전시가 재밌으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싶고요.

홍식: 이제 졸업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전 세대와 신생공간 때 사람들이랑 무슨 차이가 있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정석: 그런 면에서 이수경의 대화 제의가 반갑고 좋았고. 익현 씨, 순우 씨 말처럼 정말 대화가 필요하면 또 하죠?

익현: 아, 좋죠.

홍식: 하여튼 저 같은 경우, 정시방 같은 걸 다시 해볼까 생각하면 마음속에 문이 닫혀요. 엄청난 고생이니까. 그런데 세 분은 그런 일을 계속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선 존경심이 들기도 해요.

윤익: 저 자신을 그런 상황에 어쩌다 밀어 넣은 거죠. 그 후에 뒤로 갈 수가 없어요. 20대 중반의 나를 밀어 넣고서, 9년째 달리고 있는 거예요.

수경: 공간 사일삼이 거의 10년이 되었더라고요.

윤익: 미끄러지고 있는 거예요. 뒤로 갈 수가 없어요.

정석: 누가 신생공간이 젠트리피케이션 주범 아니냐고 할 때, 공간 사일삼을 예로 들어 반박하면 딱이야.73

지원: 젠트리피케이션 하려고 문래동에서 10년.

수경: 월세도 안 올랐다!

순우: 권리금은커녕.

정석: 주변에 편의점도 안 생기고.

윤익: 아무것도 안 생겼어요.

익현: 올해 일 년만 생각해도···. 이제 2018년인데 벌써 깜깜하거든요. 스크랩은 더 그렇고. 루나포토74도 그렇고.

순우: 또 해요?

익현: 4회까지 한 행사인데. 그 시간도 그렇고, 사진 축제 자체가 뭐 별로 없으니까. 자꾸 그런 걸 떠안게 되고. 자꾸 이런 식의 일을 하게 되고.

지원: ㅎㅎ

수경: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으니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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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비

파르페가 있어서 살았다. 참여자 경험 이야긴 잘 안 풀렸네.

굿-즈 당시 각자 역할이 달랐으니 서로 가진 경험도 달랐나 봐. 세 행사에서 참여작가 파트가 모두 축소된 게 인상적이야. 상상하는 관객층이 다른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굿-즈의 관객과 지금 세 행사의 관객이 많이 다른 거 같아. 지금 관객은 돈을 들고 돌아다니는 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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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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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비

보통 전시 관객은 몸통의 스티어링과 목 위에 달린 눈의 화각 정도로 그려지는 거 같아. 근데 내가 굿-즈 행사 기간 동안 참여작가로서 느꼈던 건···그 현장감이 정말 특이했는데, 관객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내게 영향을 미치는 자리였으니까. 관객도 작품도 작가도, 뭔가 전혀 다른 연기를 하는 기분이 있었어. 굿-즈란 행사가 여러 사람이 같이 만든 만큼 전반적인 면을 한 번에 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거야. 그래서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거 같은데···여하튼 대화를 통해 굿-즈가 뭐였는지도, 그 이후의 시간이 뭐였는지도 알 것 같은 기분이야.

나도 굿-즈의 참여작가 중 하나였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 나 자신도 그렇고 근처의 다른 작가들의 모습을 볼 때도. 5일이라는 행사 기간 동안 관객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 처음 이틀은 작업 설명 하는 게 호객행위 같기도 하고, 어색하고 우울하기도 했어. 내 것은 잘 안 팔린다든가···. 그런데 그 많은···관객을 계속 만나는 과정에서, 작가도 관객도 거의 처음으로 하는 경험이 생긴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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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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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비

보통 관객은 작품을 눈으로 보고 작가의 몸은 유령이 되잖아. 모든 전시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때 작품, 작가, 관객이 해야 하는 ‘역할’과 굿-즈 현장에서 우리가 본 ‘역할’은 좀 다른 거 같아.

관객을 실제로 만나서 감격했다는 거랑은 좀 다른 것 같아. 굿-즈 기획팀이 많이 논의했던 게, 관객도 작품을 사 본 적이 없을 테니까···그들이 누군지 우리는 모르니까, 관객을 정말로 그려내야 한다는 거였잖아. 그래서 컬렉터스 토크나 인터뷰도 했고. 굿-즈가 연극적이었다면 그때 연극의 배우인 관객도 작가도 사실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게 재밌는 지점이었어. 리허설 없이 딱 만났을 때, 커뮤니티 정모처럼 화기애애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간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한 작가, 관객의 역할에 새로운 부분을 발견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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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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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비

맞아. 굿-즈에서 우리가 본 게 작품이자 파생물, 굿즈라고 할 때, 사실 원래 파생물, 굿즈라는 사물 자체는 ‘작품’이라고 할 만한 어떤 것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해. 그래서 세 행사가 나왔을 때, 새삼 굿-즈가 뭐였나 돌아보게 되었어. 굿-즈에서 판매된 작품은 관객, 작가, 작품이라는 운동을 매개하는 역할을 잘 해주었던 것 같아. 그래서 그냥 ‘굿즈’ 같지는 않다고 느꼈어. 작품이 집에 갔더니 작품이 아니라 다른 게 되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굿-즈 기간 동안에 ‘역할’을 잘 수행한 것들이 분명 있다는 거겠지. 그런 게 난 좋았는데. 동인행사와 아트페어가 합쳐졌을 때, 그 새로운 ‘역할’들이 만드는 현장감이 정말 신기했고. 근데 뭐 세 행사가 굿-즈랑 닮아야 한다는 건 아냐. 전혀 다른 거니까.

지금의 세 행사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굿-즈 전과 후를 지나면서 우리가 얻어낸 시각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해. 그래서 가까이인 마음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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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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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비

취미관의 트위터 홍보에 대해 더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200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일본관이 아키바 거리의 렌탈 케이스를 ‘오타쿠의 방’이 선택, 편집, 축소, 밀집, 전시된 풍경으로 설명했다면 지금 우리가 막 보았던 유리관, A4용지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1. «굿-즈(Goods)»(2015)는 신생공간 시기의 꽃이자 무덤이다. 표면적으로 이는 «E3», «원더페스티벌(ワンダーフェスティバル)»과 같은 서브컬처 페스티벌/동인 시장을 아트페어 형식과 조합한 5일간의 미술 장터였다. 신생공간을 거친 80여 명의 작가, 36명의 기획진이 참여했다. «굿-즈(Goods)»는 예상외의 관객 수와 매출을 올렸고,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기본적으로는 마켓의 형태를 띠었지만, 참조되는 동인 문화나 서브컬처, 게임문화, 인터넷 문화와 신생공간의 맥락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인해, 신생공간 주체를 둘러싼 특정한 리얼리티를 연극적 상황으로 드러내는 공연 혹은 전시로 여겨지기도 했다.
  2. 2016년부터 시작한 사진 전시/판매 플랫폼이다.
    “오늘날 사진/이미지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작업자들과 함께했다. 그들은 A4 사이즈의 제한된 지면을 활용하여 사진/이미지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제시했다. 작업자들과 관객에게 새로운 형태의 전시의 룰을 만들고 제시했다. 이를 통해 작업자들과 관객 사이에 서로를 향한 새로운 형태의 역동과 호기심을 만들었다. 동일한 크기와 인화 방식으로 생산한 사진을 전시하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관람과 동시에 기존의 사진 유통 방식인 에디션의 제약 없이 구매하는 독특한 형태의 전시의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더 스크랩>은 전시/판매의 수익을 판매 실적과 상관없이 참여 작가들에게 균등하게 나누면서 분배 구조도 실험하였다. ” (http://the-scrap.com/)
  3. 2017년 시작한 현대 미술 계(系)-렌탈 케이스 플랫폼.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은 일본 서브컬처 중고물품 상점인 ‘만다라케’와 아키하바라 일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렌탈케이스’를 참고하여 기획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 시공을 다루는 방법은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은 유리 진열장이라는 아주 작은 공간을 미술가들에게 제공합니다. 이 진열장은 축소된 전시공간이기도, 상품을 장식하는 투명한 큐브, 한 사람이 선택한 미감의 파편이 되기도 합니다.” (http://www.taste-house.com/events/취미관-tasteview-趣味官)
  4. 2017년 시작한 ‘초압축적 큐브’를 통한 전시-판매 플랫폼.
    “<PACK>은 작업자들이 만드는 압축적인 형태의 전시/판매 플랫폼입니다. <PACK>은 사람들이 누구나 보다 쉽게 미술 작품의 구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전시의 형태를 고민하며 시작되었습니다. ‘포장을 하다’라는 의미의 ‘패키지’에서 이름을 가져온 <PACK>은 미술 작품을 온전히 관람할 수 있는 초압축적인 형태의 전시 환경을 제안합니다. 어디에서든 펼칠 수 있도록 경량화한 자율-전시-큐브-판매 시스템은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적정 환경을 유지합니다.” (http://www.pack-edition.com/)
  5. 취미가(趣味家, Tastehouse)는 2017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미술 공간이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길 96에 위치하여 전시, 판매, 교육, 공연, 미술가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미가 趣味家 Tastehouse는 ‘미술’을 소개하는 곳입니다. 취미가는 ‘미술’에 대해 고민하고 수집하고 정리하고 유통하며 ‘미술’을 이야기합니다. (…) 누군가 취사선택의 과정을 통해 결정한 ‘미’는 그 사람만의 취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취향은 다른 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곤합니다. 이런 작은 시작점이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얻게 되었을 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아름다움, ‘미술’이 탄생하게 됩니다. 혼자만의 작은 세계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공동의 감각이 되는 것이지요. (…)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미술의 장이 되어가는 취미가와 함께 하길 희망합니다.” (http://www.taste-house.com/about)
  6. 공간 사일삼(space FOUR ONE THREE)은 2009년 문래동 4가 41-3번지의 빈 공장을 공동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시작한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다. 2015년부터 사일삼은 공간 운영 상의 제약을 역으로 이용하고자, 사용자와 공간, 운영자의 관계를 다루는 ‘공간 사용 매뉴얼’을 제작해 운영의 자동화를 꾀했다. (https://www.41-3.org/)
  7. 공간 지금여기(nowhere)는 종로구 창신동 23-617번지 해발고도 70m에 위치했던 전시공간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기간 동안 공동 운영자이자 사진가인 김익현과 홍진훤은 사진 매체를 중점으로 다수의 흥미로운 전시를 열었다. (http://space-nowhere.com/)
  8. 789는 2014년 11월 작가 4인이 결성한 작가 그룹이다. 구성원으로는 87년생 정홍식, 88년생 오은과 정재용, 그리고 89년생 최중호가 있다. (http://chillpalgu.tumblr.com/789)
  9. “정신과 시간의 방(Hyperbolic Time Chamber)은 2015년 4월 1일에서 2016년 4월 1일까지 총 367일, 1년 동안 운영된 전시 공간이다. 정신과 시간의 방은 정신과 시간(hyperbolic time), 공간에 대한 연구 및 실험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정신과 시간의 방 운영에 관한 시행 규칙’이 설정되었고, 규칙의 한도 내에서 구성원의 자율적인 참여로 진행하였다. 정신과 시간의 방 운영에 관한 시행 규칙은 기본적으로 운영기간 전체를 하나의 전시로 구성하고, 이 전시에 구성원이 2주에 한 작품 이상 추가 또는 교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이를 위한 세부적인 운영 규칙으로 구성되어있다.” (http://chillpalgu.tumblr.com/hyperbolictimechamber/)
  10. 신생공간은 2008년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서 일어난 구조적 변화 및 이에 대한 다양한 장르 예술가의 활동,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적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2013~2016년 기간에 걸쳐 한국미술에 발생한 예술적 실천 및 그와 연루된 공간을 말한다.
    개별 공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웹사이트 ‘엮는자’를 참고하자. -> https://www.detach.space/
    또한 다음의 연구는 요약적이다. -> 신혜영, “스스로 ‘움직이는’ 미술가들 – 자립적 미술 신생공간 주체들의 생활 경험과 예술 실천 연구”, 한국언론정보학보 통권 제76호 (2016.04). 183~219p
  11. 2016년 11월 창간한 격월간 사진 잡지.
    “보스토크 매거진은 사진을 중심으로 현대미술과 디자인, 독립출판 등이 맞닿아 있는 경계에서 탄생하는 낯선 지식과 예술을 다룹니다. 동시대의 작업을 존중하고 비평적으로 개입하며, 젊은 작업자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진을 지지합니다.” (https://ko-kr.facebook.com/vostokon/)
  12. «보스토크(Vostok)» 편집장. «월간사진», «VON», «포토닷»을 거쳐 현재 «보스토크»까지 사진 잡지에서 일해 왔고, 종종 사진 관련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13. 이기원은 미술, 사진에 관해 다루는 평론가이다. «아티클»에서 객원기자로, «포토닷»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보스토크(Vostok)» 편집 동인이자 미술 비평 동인 ‘와우산 타이핑 클럽’의 일원이다.
  14. 돈선필과 박현정은 2012년에서 2017년까지 현대 시각예술인을 위한 ‘오픈베타공간’인 오픈베타공간 반지하 B½F(Open beta space Vanziha B½F)을 공동 운영했다. 아래는 웹사이트의 FAQ 중 일부. -> http://vanziha.tumblr.com/tagged/fAQ
    Q. 반지하 B½F는 어떤 곳인가요?
    A. 대안공간이나 갤러리는 아닙니다. 2012년 여름부터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서 시작된 현대 시각예술인을 위한 ‘오픈베타공간’입니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관리자가 작업을 진행할 실질적인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고심 끝에 탄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Q. ‘오픈베타공간’이란 뜻은 뭔가요?
    A. 오픈베타라는 단어는 게임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상용화하기 전에 사용자들에게 베타 버전을 체험하게 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수정-보완 후 정식 서비스로 전환됩니다. 반지하는 ‘오픈베타공간’으로 작업실과 전시공간의 중간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진행하고 싶은 작업의 시험제작을 진행하여 전시의 전 단계를 가늠해 보는 공간입니다.
  15. 2014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오픈베타공간 반지하 B½ 내부 사무실 선반을 이용해 운영되었던 아트 상점.
    “안녕하세요. 굿즈입니다!
    굿즈는 굿즈입니다.
    굿즈는 굿즈를 판매합니다.
    굿즈는 동시대의 미술품, 작업의 부산물, 소량의 에디션과 기묘한 소품을 총칭합니다.
    굿즈는 판매라는 행위의 가능성을 시험해봅니다.
    굿즈는 판매자의 자율로 가격이 결정됩니다.
    굿즈는 판매행위를 유연하게 조정하고자 합니다.
    굿즈는 판매의 가능성에 의의를 둡니다.
    굿즈는 판매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기회가 되고자 합니다.”
    (http://g8ds.tumblr.com/)
  16. 이 정체성에 대해 호시노 다쓰오(星野辰男)의 취미에 대한 언급을 참고할 수 있다.
    “한마디로 취미라고 하면 흔히 골동적인 취미와 대조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매우 현대화하여 더욱 첨단적으로, 더욱 탐미적(耽美的)으로, 더욱 엽기적으로 첨예화하고 분류화되어 그 분야를 넓혀왔습니다. 따라서 선인들이 남긴 과거의 문화나 습속에도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과학이나 예술도 현대 기계문화의 난숙(爛熟)과 더불어 그 경계선을 돌파하여 취미의 분야에 범람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광범한 취미의 근대층을 종단(縱斷)하여 바라본 것이 이 책입니다.”
    -> 호시노 다쓰오(星野辰男)편집, 취미의 근대층(趣味の近代層), 아사히신문사(朝日新聞社), 1930, 1p. 오정환 역, 야마구치 마사오(山口昌男)의 패자의 정신사, 한길사, 2005, 137p에서 재인용.
  17.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UNLIMITED EDITION – SEOUL ART BOOK FAIR)는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행되어 온 아트북페어, 독립출판의 시장입니다.” (http://unlimited-edition.org/about-unlimited-edition)
  18. 2015년 11월 굿-즈의 기획진 강정석, 권순우는 UE7에 참여해 토크 ‹After Dark: 故 굿-즈에 대하여›를 진행했다. 굿-즈의 결산 및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19. 만다라케(まんだらけ)는 1987년에 창립되어 일본 전역에 12개 지점 및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는 대표적 동인 상점(同人ショップ)이다. 하비 계(系)를 중심으로 아트 계(系) 상품까지 다루며, 폭넓은 상품으로 유명하다.
  20. 렌탈 쇼케이스(Rental Showcase)는 가게가 세입자에게 매장의 진열장 공간을 임대하는 서비스이다. 렌탈 박스, 렌탈 케이스, 대여 선반 등 다양하게 불리며, 2001년경부터 아키하바라, 나카노 브로드웨이 등에서 시작되었다. 아트 계(系)와 하비 계로 크게 나뉘는데, 보통 아키하바라 렌탈 쇼케이스는 하비 계로, 완구 및 피겨, 모형, 트레이딩 카드, 간혹 전자기기 등을 다룬다. 상품을 전시하는 진열장은 보통 세로로 긴 유리 또는 아크릴 진열장으로, 3단에서 5단 정도의 층으로 구성된다. 시선 높이를 기준으로 보기 편한 위치는 임대료가 높은 편이다.
  21. “200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일본관에서는 오타쿠를 특정 인간 군상이 아닌 ‘공간’으로 정의하고, 도시와 오타쿠라는 공간의 변화를 함께 탐구했습니다. 아키바 거리의 렌탈케이스를 ‘오타쿠의 방’이 선택, 편집, 축소, 밀집, 전시된 풍경으로 설명했습니다.” (https://twitter.com/tastehouse_info/status/916231380769546240)
  22. 1991년 1월~2006년 2월까지 출간되었던 한국의 모형(프라모델) 전문 월간지 «취미가».
  23. 코믹월드(일본어: コミックワールド 코밋쿠와루도, 영어: Comic World)는 일본의 만화 관련 업체인 S.E.TECHNO가 주최하는 아마추어 만화 행사이다. 대한민국, 일본, 홍콩에서 열리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동인 행사 자체가 적은 특성 때문에 대표적인 동인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코믹으로 줄여 부르고 있으며, 서울과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코믹을 각각 서코와 부코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위키)
  24. 온리전(Only展) 또는 온리 이벤트(オンリーイベント)는 하나의 주제만을 가지고 여는 동인지 즉매회를 가리킨다. (위키)
  25. 트레이딩 카드(Trading card)는 각각 다른 다양한 종류의 교환 (거래) 및 수집을 의도하고, 판매 · 배포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감상용 게임을 위한 카드이다. 비닐 코팅된 종이에 인쇄되어 있으며, 크기는 명함 등 일반 카드류에 가까운 정형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분야 (스포츠, 애니메이션, 아이돌 등)을 소재로 하여 수십에서 수백 종류의 카드가 만들어져 그들을 1시리즈로 1봉지에 1장 또는 여러 장 봉입 팩이라는 형태로 발매되는 것이 많다. (위키)
  26. 레어도(Rare度). 시장 유통 수가 의도적으로 혹은 우연히 제한된 카드는 희소(rare) 하기 때문에 ‘레어 카드’로 불리며, 특별한 수집 및 거래의 대상이다.
  27. 2000년에 설립된 핫토이(Hot Toys Limited)는 고품질의 사실적 피규어 디자인에 전념하는 브랜드다. 영화, 비디오 게임, 만화 및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명 인사의 12인치 피규어로 유명하다.
  28. 손주영 작가는 캔버스 제작 아르바이트에서 남은 천으로 제작한 캔버스를 일종의 전시장으로 설정해 다른 작가에게 나눠주었고, 그들이 작업한 페인팅을 선보였다.
  29. «유☆유☆백서(幽☆遊☆白書)»는 토가시 요시히로의 소년 만화 작품, 또는 그것을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과 영화이다. 장르는 배틀 만화 격이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집영사)에서 연재되었다. (위키)
  30. «원피스(ワンピース, ONE PIECE)»(1997~)는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 중인 일본의 대표적 만화이다. 쵸파는 만화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로, 사슴을 모티브로 한 귀여운 조형과 작품의 대중성으로 인해 수많은 피규어가 출시되었다. 한국에서도 일본 음식점에 흔하게 진열되어 있다.
  31. “김달진미술연구소는 국내 미술정보의 체계적인 자료수집과 연구를 위해 2001년 12월 개소하여 한국미술정보의 중추적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http://www.daljin.com/)
  32. «창간 50주년 기념 주간 소년점프 전(創刊50周年記念 週刊少年ジャンプ展)»은 1968년 창간한 «주간 소년점프»의 50주년을 기념하여 창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회다.
  33.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는 198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밴드 토킹헤즈의 히트곡 제목이자 제10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
  34.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韓國 AVANT-GARDE 協會)는 1969년 9월에 창립된 대한민국의 미술 단체이다. ‘전위예술에의 강한 의식을 전제로 비전 빈곤의 한국 화단에 새로운 조형 질서를 모색, 창조하여 한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선언을 앞세우고 등장한 전위미술의 모임이다. 30대의 화가, 조각가, 미술평론가 등이 주축이 되어 결속된 이 모임은 그들의 조형 이념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론지(理論誌)를 발간하였다. 1970년 AG 전(제1회전)은 ‘확장과 환원의 역학’이란 주제를 내걸었고, 특히 1971년의 제2회전은 ‘현실의 실현’이라는 주제로서 경복궁 미술관의 전관(全館)을 통틀어 타블로, 입체물, 구조물, 자연물을 망라하는 대규모 발표전을 열었다. (위키)
  35.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김구림(b.1936).
  36. 김동규의 ‹’창작지원금’을 위한 공연›은 «굿-즈(Goods)» 행사 기간 중 매일 오후 두 시에 진행된 구걸 퍼포먼스다.
    “판매할만한 굿-즈가 없어서 빈 손을 벌리기로 결심” (http://goods2015.com/artist_13.html)
  37. 박보마의 작품 ‹Show ad›(2012-2015)에 대한 기억. 작가는 «굿-즈(Goods)» 기간 동안 가상의 회사를 홍보한다는 명목으로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눈엔 가슴 팩을 붙이고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예상치 못한 장면들을 만들었다.
  38. “물리적 환경-전시장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디지털 환경의 기본값, 시스템과 기본형, 미미한 픽셀과 고해상의 표면, 그림자와 평면 세계, 광각렌즈와 배경화면, 평균과 선택의 사이에 머물며 그간의 인터페이스를 추적한다. 굿-즈에선 이러한 관심사를 반영한 이미지들을 묶어 아코디언 북을 만들 계획인데, 이는 책의 형태를 가진 작업 (이자 굿-즈) 자체라 할 수 있다. 아코디언 북은 총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된다. 기본 도형을 바탕으로 색상환 차트를 담은 ‘Color Wheel’ 버전과 (최근 뉴호라이즌스호의 여정으로 작은 화제가 되었던) 명왕성 이미지의 역사를 아카이브 한 특별 부록 버전이 바로 그것이다.” (http://goods2015.com/artist_48.html)
  39. “일상의 오브제를 재료 삼아 작업하는 김경규와 폐기물을 수집해 장난감을 만드는 김현주는, (비록 결과물이 다른 지점을 향할지라도) 상당히 흡사한 모티브로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들이다. 구탁소의 직업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된 둘은 쉽게 소외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먼지’라는 오브제를 선택해, 이를 관객에게 판매한다.” (http://goods2015.com/artist_11.html)
  40. “유리와는 임의적으로 삭제 혹은 생략된 현실의 ‘조각’들을 <조경사진>(2015)을 통해 드러내었다. 굿-즈에서는 이미지 변형 프로그램으로 <조경사진>에서 삭제/생략되는 부분을 ‘발생’시키고 그것을 다시 한번 사진으로 남겨 판매한다. 작업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들-촬영 필름의 밀착 프린트, 테스트 프린트, 조사자료 등을 박스에 담아 함께 판매할 예정.” (http://goods2015.com/artist_49.html)
  41. “‘굿-즈’에 참여한 화가 노상호는 자신의 작품 ‘태어나면 모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었다’를 관객들이 원하는 대로 잘라 판매했다.” -> 인현우, “[기자의 눈] 신세대가 만든 기적 ‘굿-즈’”, 한국일보 2015년 10월 18일,
  42. “최고은 작가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캐스팅한 유리 조각을 선보입니다. 팔, 발목, 다리, 손등을 캐스팅한 뒤 곡점들을 직선으로 연결해 다면체를 만들었습니다. 형태를 유리로 캐스팅해서 투명합니다.” (https://twitter.com/tastehouse_info/status/920927301344178177)
  43. https://www.instagram.com/pack.info/
  44. “BB는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한 간단한 액세서리, 오브제를 제작하는 아트 프로덕션입니다. BB 멤버로 활동해 온 백수현은 일련의 콜렉티브 워크로부터 영감을 얻은 개인 작업—아이돌 패키지를 선보입니다. (…) 혹시 아이돌을 사랑하시나요? 아이돌의 미소, 춤, 노래, 뜨거운 열정…… 마음에 드는 아이돌 부위를 취향껏 소장하세요.”
  45. 스튜디오 횽은 이중용, 홍성은의 건축설계 및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이다.
  46. 무대륙(Mu)은 당인리 화력발전소 부근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47. 봉안당(奉安堂, 영어: charnel house)은 납골당(納骨堂)으로도 불리는데 시체를 화장하여 그 유골을 그릇에 담아 모시어 두는 장소를 일컫는다. 예전에는 납골당이 정식 명칭이었는데 일본의 문화라는 비판이 있어 2005년 5월 25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는 명칭을 ‘봉안당’으로 바꾸어 이를 KS규격으로 정하였다. 사원, 묘지, 화장터 등에 따로 마련한 것과 건물로 된 것이 있다. (위키)
  48. 기획자이자 음악가 정진화(a.k.a. jeich).
  49. 장다해 작가의 ‹스타일러 패키지(Styler Packages)›(2017)는 기기의 폼팩터를 응용한 추상 드로잉과 일체형 패키지로 만들어진 조각이다.
  50. 전시 «던전(Dungeons)»(CC101, 공간사일삼, 개방회로, 200/20. 2015)은 게임 제작의 체계를 전시 전반에 적용하거나, 도록을 동인 페스티벌의 ‘회지’ 형식으로 만드는 등, 신생공간 시기 서브컬처의 어법을 적극적으로 실험한 예 중 하나다.
  51. ‘덕아트’는 [말하는 미술] 11회 2015년 미술 전시 총평 1부에서의 표현이다.
  52. “굿-즈는 시각예술 행사가 아닌 일본의 <원더 페스티벌>(이하 원페)이나 미국의 전자오락 박람회인 <E3>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두 행사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행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원페는 만화나 게임 콘텐츠를 자신의 형식으로 재생산해낸 2차 생산물들이 주를 이룬다.” (http://vanziha.tumblr.com/post/142878204647/사쿠라-드롭-굿-즈-기획자-노트-정시우-전교역소-운영자-브금-utada)
  53.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활동한 신생공간 교역소(Trading Post)의 첫 이벤트 «상태참조(Status check)»(2014).
  54. 취미가의 운영진인 돈선필 작가의 첫 개인전 «민메이 어택: 리-리-캐스트(Minmay Attack: Re-Re-Cast)»(2016)는 많은 사물이 2D 평면의 잔상으로 주어지는 현대의 풍경을 리-리-캐스트 된 ‘피규어’의 집적으로 바라본 전시였다.
  55. 히비 오스케(日比翁助, 1860~1931)는 미쓰코시의 경영개혁을 추진해 일본 최초의 백화점을 만든 인물이다. 근대 일본에 다목적 상업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에 대한 소비 이상으로, 나아가 정신권(精神圏)의 확대라는 측면도 가졌다. 취미, 유행, 풍류와 같은 지향을 바탕으로 저명한 문화인에 의한 유행 연구회 ‘유행회’ 를 조직한 히비 오스케의 미쓰코시 백화점은 1907년 12월 신미술부를 본점에 설치, 회화와 공예품을 전시 및 판매하게 되었다. 다음을 참고
    -> 오정환 역, 야마구치 마사오(山口昌男)의 패자의 정신사, 한길사, 2005
  56. ‘ㅇㅇ의 스크랩’은 «더-스크랩(The Scrap)» 제1회의 마지막 날 이벤트 이름이다. 스크랩 운영진은 행사에 방문한 27명(혹은 팀)의 미술계 인사들이 고른 ‘스크랩’을 상품화해서 판매했다. 이벤트 패키지 구매자는 해당 미술인이 고른 사진 리스트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57. 트레이딩 카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카드 무더기를 의미. 많은 게임에선 가용 가능한 카드 수에 제한을 두곤 한다.
  58. 메타게임의 줄임말. 게임 내에서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게임 외부 정보 또는 리소스의 사용을 메타게이밍이라 하고, 간단히 말하면 게임에서 벌어지는 특정 경향이나 추세를 ‘메타’라고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게임은 주기적 업데이트에 의해 게임 내의 밸런스가 수시로 조정되고, 유저는 이를 ‘메타(이 경우 ‘경향’)’가 바뀌었다고 표현하곤 한다.
  59. 《로드》(The Road)는 미국의 작가 코맥 매카시 (Cormac McCarthy)의 소설이다. 작품 속에서 시간과 공간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혹은 근미래)의 지구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은 어떤 이유인지 전지구적 규모의 재난을 당했고 살아남은 사람은 원시와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은 추위를 피해 남으로 길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2007년 소설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는 2008년 문학동네에서 정영목의 번역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2009년 할리우드에서 재난영화로 만들어졌다. (위키)
  60. 남미혜 작가는 나전 월광문반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달빛이 수면 위에 맺혀 알알이 바스라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나요? 그런 감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Moonlight Tray>에 맺혀있는 무늬를 손끝으로 쓰다듬어 본다면 말이죠. 마치 조용히 일렁이는 수면의 질감이 전해지는 듯할 거예요. 자개는 손길이 닿을수록 빛을 내는 소재입니다. 깊은 밤일수록 달빛이 더욱 반짝이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Moonlight Tray>에게 곁을 내어주세요.”
  61.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4월 공개한 ‘미술로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에 따르면, ‘그동안의 정책 성과와 문제점’ 항목에서 “15년부터 작가 미술 장터를 통해 신진작가의 직거래 마켓(대안마켓)을 지원하였으나, 미술시장 생태계 교란 등 비판 존재”라고 명시하였음.
  62. 기획자이자 아카이브 봄을 운영하는 윤율리, 기획자 추성아는 «PACK F/W 2017»에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63. “인스턴트 루프(Instant roof)는 전시와 워크샵, 강의와 영화 상영이 진행되는 프로젝트 공간입니다.” (https://ko-kr.facebook.com/pg/instantroof/about/?ref=page_internal)
  64. “<PACK>은 S/S, F/W 시즌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입니다. 시즌별로 협력 큐레이터와 함께 새로운 예술가를 리스트업 하고, 참여 예술가는 오직 <PACK>에서만 선보이는 한정판 미술작품인 ‘PACK-EIDITION’을 출품합니다. <PACK>에서의 ‘에디션’이란 미술에서 흔히 사용하는 복제된 작품 수량의 의미와 달리, 작가가 소량 제작한 일종의 한정판 시리즈 작품에 가깝습니다.” (http://www.pack-edition.com/)
  65. 소쇼룸(Soshoroom)은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공간이다. 작가의 작업과 그에 맞춤 리빙 솔루션을 제시하는 쇼룸의 컨셉으로 운영 중이다. 소쇼룸은 새로운 전시가 열릴 때마다 벽지와 조명, 가구, 소품을 포함한 인테리어를 바꾼다. 전시 기간엔 음료와 간식도 판매하기에 미술전공자 외의 관객층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66. 교역소는 여러 작가에게 교역소 로고를 2차 창작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스티커로 만들어 2015년 5월 열린 제132회 서울 코믹월드 부스로 참가했다. 코믹월드 측의 참가자 가이드라인을 숙지하지 못한 교역소 부스는 점심쯤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67. 심혜린은 김윤익과 함께 리사익의 멤버이자 미술가, 공간 사일삼의 운영자다. «PACK F/W 2017»의 기획에도 참여했다.
  68. 전시 «서울바벨(Seoul Babel)»(서울시립미술관, 2016)
  69. 토크 ‹제목: 첫 개인전 하는 법 알려주세요. 내공 90(How to do the very first solo exhibition? 90 Point) ›는 전시공간 기고자(KIGOJA: Independent Arts Space Initiative)에서 2017년 9월 열린 «썸머스쿨 기고자»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90APT의 김국한, 김성재, NNK는 젊은 작업자의 첫 개인전을 위한 준비 자료를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했고, 이를 질문지로 만들어 활동 중인 작가, 기획자, 공간 등에 메일로 보냈다.
  70. “옐로우 펜 클럽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술이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공동의 대화를 통해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구체화하여, 글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http://yellowpenclub.com/)
  71. 비평가 홍태림은 웹진 크리틱-칼에 ‹제4회 공장미술제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제4회 공장미술제: 생산적인, 너무나 생산적인»(문화역서울284, 2014)의 기획을 비판했고, 작품을 뒤집어 걸어놓자는 제안으로 논쟁을 촉발했다. 논쟁은 이후 흔히 ‘공장미술제 토론회’로 불리는 «공개 토론회: 한국 미술계와 작가의 권익-공장미술제 사례와 함께»로 이어지며 다양한 반응을 낳았다.
  72. 시청각(Audio Visual Pavilion), 커먼센터(COMMON CENTER)는 신생공간 시기 직전에 만들어진 비영리 미술 공간이나, 시기와 운영 성격상 신생 시기(2014~2016) 작가, 기획자, 비평가의 중요한 교차점으로 기능했다. 예를 들어 신생이 제도권에 가시화되기 이전 활동을 대부분 ‘폐허’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할 때, 커먼센터는 폐허의 백화점과 같은 역할, 시청각은 그보다 조금 안정적인 신생 비영리 미술 공간의 이미지가 있었다.
  73. 신생공간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과 관련해서 아래의 연구를 참고하라. “(…) 예술가들이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환경(neoliberal milieu)’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싸움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신현준, “미술생산자, 신자유주의의 ‘미생’?: ‘잘려나가는 서울’에서 예술가와 젠트리피케이션”, 문화연구 제5권 제2호, 3~39p.
  74. 제4회 서울루나포토페스트는 김익현, 이정민, 홍진훤이 공동 기획했다.
    “서울루나포토는 사진과의 친근한 만남을 꿈꾸는 행사로 음악, 영상, 퍼포먼스 등 장르 간 상호교류의 폭을 넓히며 사진 매체의 유연한 성격을 활용,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http://www.seoullunarphoto.com/about/)